김현진의 《진심의 공간》을 읽다 말고 쓰기
마음대로 확장과 재배열이 가능한 공간은 없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원칙과 개념의 정립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간의 끝을 미리 정해두면, 그 안에서의 대비로 무한의 확장이 가능해진다.
최근에 이사를 했다. 이사는 나의 공간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고, 나는 공간의 한계를 체감했다. 한계가 생겼으니 구분이 필요했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는 많은 물건을 버렸다. 그 작은 원룸에 그렇게나 많은 물건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공간적 한계 속에 살지만, 한계를 잊고 살았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작은 원룸에 쓰지 않을 물건을 욱여넣은 것처럼, 시간에 불필요한 일을 욱여넣고 있는 게 아닐까. 공간은 눈으로 가늠할 수 있긴 한데, 시간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한계가 있지만 잊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