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도를 높이려고 할 때마다 새로운 장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제타함수의 값을 ‘디지털’ 방식으로(종이에 연필로 쓰거나 탁상용 계산기로) 찾아냈다면, 정확도가 높아짐에 따라 작업량이 100배 이상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물리적인 장치가 더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확성을 포기하여 정확성을 달성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리 소수점 자릿수가 많아도 그에 상응하는 물리적 장치를 추가할 필요는 없어진다. 한 번에 정답을 알 수는 없었지만 빠르게 매우 많이 반복하여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논리적으로는 true 혹은 false이고, 숫자로는 0과 1이고, 물리적으로는 on or off로 모두 변환할 수 있다. 그렇게 아주 간단한 기본단위를 만들고, 많은 계산을 하게 했다. 누군가는 논리적 한계를, 누군가는 물리적 한계를 걱정했다. 앨런은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만능 계산기가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았고, 그저 신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