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가 많이 왔던 날이었다. 그날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었다. 친한 형에게 이야기했다. 형은 돈 때문에 그런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갑자기 너무도 명쾌하게 이해가 되었다.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을 다시 찾은 것 같았다. 돈을 넣어 생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던 일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 이후로 나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생기면, 돈을 넣어 생각해보곤 했다. 그러면 단번에 이해가 되고는 했다. 그렇게 어떤 것을 이해하기 위해 조커 카드처럼 돈이라는 수단을 점점 더 많이 활용했다. 조커는 역시나 잘 먹혀들었다. 근데 매번 조커만 낼 수는 없었다.
신은 죽었다. 니체의 말이다. 그렇다. 신은 죽었다. 물론 신은 아직 영향력이 크지만, 이제는 모두가 신을 최고의 가치라 칭송하지는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서 신의 영향력은 중세 서양에 비하면 아주 작다. 그럼 이 세상에서 신이 담당하던 걸 대신하는 건 뭘까? 철학, 과학, 사랑, 사회, 구글신? 여러 가지 후보가 떠올랐지만, 내 결론은 안타깝게도 돈이다.
내가 중세에 살았다면 아마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싶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는데, 신을 넣으니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신을 넣어 이해하고 기뻐한다. 조커 카드처럼 말이다.
하지만 조커 카드가 게임의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돈은 나에게 사안에 대한 명쾌한 이해를 선물해주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꼭 깊고 정확한 이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돈을 이해하고 싶은데, 이런 조커 활용이 돈 자체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다면, 혹은 반대하는 누군가에게 잘 설명하고 싶다면,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가끔은 돈을 떠나야 이해되는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