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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Jan 08. 2020

우주#1



'우주는 밝혀졌어'

'사건의 지평선은?'

중요하지 않아

걸어오는 저 문. 걸어 나가는 저 틈. 그것만이 우리를 잠시 갈라놓겠지

너의 이름은 우주와 가장 닮을 거야 내 사랑, Darling, Dear, 우주는 오늘 어때 보여

사실 우주는 너무나 작아서. 그래서 자꾸 다른 것을 우주에 포함하고 전제하고 관측한다. 검은 물질 빛이 없는 공간 어디선가 받은 빛을 말없이 틩겨내는 돌덩어리, 누구는 별이라고 부르는 그것.

우주는 뒤뜰에  숲
걷는 발 위로 매일 다른 물이 흐르고 아래로 매일 다른 물돌이 빼그락거리고 맨살이 닿는 곳곳이라면 학명이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놓았지만 사실은 각자의 이름이 있는 앙상하고 억센 풀들이 바람소리에 잔치가 일었고 각자의 이름이 있는 깃털이 우수수 매달린 또 이름이 있는 새도 사연이 있고. 그들이 우주야. 하지만 보이지 않는 맑은 공기와 숨어있는 이끼를 관측해내고야 말지 그것이 과학이라지

과학의 유일한 업적은 행성에 이름을 달아놓는 일이야. 사실 그것이 그들의 이름은 아니겠지만. 어디에든 이름을 붙여 불러주는 마음, 그것이 과학의 유일한 희망이야.

그러니 지금 여기에 우주라는 이름을 달고, 너의 눈에서 시작된 시간이 나의 눈에 비치면 그것을 서로 별이라고 부르고, 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을 이제 어둡다고 하자.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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