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뎁씨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뎁씨 Jan 12. 2020

우주#2

우주로 보내는 편지


우주로 편지를 보내는 방법.


하고 싶었던 말들과 

들려주고 싶었던 말들과 

해명하고 싶었던 말들과 

이해하고 싶은 말들을 손가락에 쥐어주고 하늘에 쓴다. 듣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보고 싶습니까. 


우주에서 편지를 받는 방법.

가장 검은 밤. 검은 것이 보입니다. 검은 것은 그림이어야 합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들로부터. 그리기도 전에 이미 사라지는 것들에게로. 나는 그 아래에서. 검은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도 보내시겠습니까.


문장은 문장으로 

집착은 집착으로 

희망은 희망이라고 하는 곳으로

오늘 소생한 것들이 을 꺼내보기도 전에 하늘과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해맑은 몸짓으로. 하얗고 밝은 점. 오직 빛. 별 행성 오로라 성운 별자리 은하수. 그것들을 설명하는 우주의 수많은 이름들이 되어서. 그것들이라 다행입니다.



맺지 못할 말은 꺼내지 않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이 말을 시작하지는 못해서. 단어 근처에도 가지 못한 예비의 문자들과 그리하여 완성되지 못했으므로 말이라고 하기도 미안한 말들이 변함없이 깊은 손바닥으로 떨어진다 항상 손은 무겁다.

 

듣지 못하니 다. 보지 못하니 그린다. 받은 적이 없으니 보낸다. 깨어나기 때문에 잠이 든다. 믿음이라는 것은 왜 이런 슬픈 것들밖에 없습니까.


빛을 비춤만이 검은 밤을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마침표. 점으로서 제 몫을 다합니다. 밉습니다. 그러면 되었던 것입니까. 미운 이유는 단지 밤이 자꾸만 멈추고 아침이 왔기 때문에. 쓰지 못한 말은 자꾸 여기에 남을 것이기 때문에. 다음날이라는 밤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꼭 말해야 하는 말은 항상 말하면 안 되는 말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은 자꾸 혼자 남아 슬프기 때문에. 관둘래.라는 말을 하고 나면 관둘일이 아무렇지 않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