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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뎁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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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Oct 19. 2022

50 - 64


50.

이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을 뱉을 수는 없거든요. 그건 연기잖아요. 가짜라구요. 진짜는 함부로 뱉을 수 없는 거라구요.



51.

연인을 하자는 구두로 맺은 효력도 없을 약속이 좋은 건 너와 나는 이제 서로 용서되는 연극이 되어서인가요. 삶은 이제 무대인가요. 우리는 이제 말끝마다 정말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약속한 건가요.



52.
어젯밤 잠든 이유를 찾기 위해서 

잠자는 내내 고민을 했다
늘 잠든 순간 기억이 없다
그래서 늘 잠들기 전 미련이 온다



53.
당신이 그렇게 차가울 정도로 부드러워버리면

나는 온기를 어찌 그리워하라는 말인지



54.
조립되는 것 같다
내 몸에 외계의 것을 꽃아 넣었다
나를 포기하게 된다
초록 천조각의 조직과
그 틈을 비집는 노란빛을 오랫동안 나는 쳐다보면서
부실 듯 부시지 않는 그 노란빛은


55.
세상에 질투가 너무 많다

너무 많은 나쁜 말들도

언제든 등을 돌리면 칼을 밀어 넣으려는 자세들도

너무 함부로 나에게 말하는 사람들도

너무 당연히 나에게서 다른 곳으로 

행복한 웃음을

송유관 끊듯이 끊어내는 사람들도

그러니 이제
미워하는 마음이 죄스럽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56.
아마 이번 주 내내
전화기만 들여다볼 것 같다

내 감정을 붙잡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내 일상까지 넘보고 붙잡는

그런 여운들이 싫다



57.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이 살고 있을 텐데



58.
사랑한다고 말해야
무언가 마음이 덜하다

그 마음을 떠나서

그냥 그 단어를 말하는 것을
그래서 틱이 오는 것처럼
속 시원하게 가끔씩
마음 없이 사랑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도 한 번은 그래도 되잖아



59.
나는 불투명을 짙게 해 보려고
마음을 졸여본다

잼이 되면 조금은 달아지겠지
사람들은 그렇게 타들어 가나 보다



60.
배려 좀 해줘라

지우지 말고


61.
너의 방문은 닫히는 것이 되는데 내 문은 열리는 것 밖에 안돼
내 방문도 닫히고 싶어



62.
사라져도 좋다는 허락
그제서야 죽고 싶지 않다



63.

사소함이 떠오르는 일이

외로움이라는 말에 근접한 듯하다

어떻게든 당신을 모아서 만들어 보는 

짜내어 보는 사소함



64.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에 대하여 아무 말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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