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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중인생 Dec 31. 2021

002_[인문&] 내가 사랑했던 힙합

지난 16년간 즐겨온 흑인문화에 대한 의식의 흐름.

2021년 12월 31일. 


그렇다. 제목이 심상치 않다. 

철없는 중2병 환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인내하고 읽어보자. 



힙합을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평소에 힙합을 즐겨 듣던 친구 하나가 내게 50 Cent의 『Get Rich or Die Tryin'』이라는 음반을 생일선물로 줬었다.  


처음엔 가사에 나오는 온갖 창의적인 욕설들과 흔히 Ebonics라고 하는 흑인영어 때문에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갔지만 힙합음악 특유의 리듬감과 래퍼들의 카리스마가 점점 좋아졌다. 


그렇게 계속 힙합을 들었고, 장교로 군 복무를 하던 시기에는 국내 유명 힙합 웹진에 잠시나마 필진으로 몸담을 정도로 소위 말하는 "좋문가"가 돼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힙합에 관심이 사라졌다. 

아이유 노래를 한번 찾아 듣기 시작하니까 우탱클랜이고 나발이고 힙합은 더 이상 생각도 안 났다. 


좌 - 메쏘드맨, 중 - 제이지, 우 - 레드맨. 예전만큼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것보다도 더 이상 "게토"스러운 게 멋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MTV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대마를 피워대고 거친 욕설을 퍼붓는 메쏘드맨이 더 이상 멋있어 보이기는 커녕 "왜 저래..."라는 생각이 선행했다. 



그 무렵 친한 형의 추천으로 Thomas Sowell의 『Black Rednecks and White Liberals』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내가 힙합문화 그리고 더 넓게는 흑인문화를 왜 예전같이 가까이하지 않게 되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스스로 흑인으로 태어나 흑인 문화권에서 자란 토마스 소웰은 책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현대사회에서 가난과 폭력을 훈장처럼 여기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는 흑인 문화가 거의 유일하다." 


토마스 소웰의『Black Rednecks and White Liberals』. 기회가 되면 다음에 더 다뤄보겠다.


돌이켜보면 90년대 힙합에서는 대개 주야장천 폭력을 달고 사는 갱스터들의 삶이 많이 미화되고 더 나아가 우상시된다. 갱스터 출신 아티스트들이 많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점점 먹어가면서 돈도 직접 벌어다 쓰고 책임질 것들도 많아지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흑인문화의 특징들이 굉장히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문화는 상대적이라지만, 어떤 문화에 다분히 폭력적인 요소가 내재돼있다면? 여성인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경시한다면? 그 문화는 틀린 문화이고 교정되어야 한다.  


흑인문화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보통 미국 흑인문화라 하면 과거 대다수 노예들의 출신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을 근원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 흑인문화는 흔히 Redneck이라 부르는 미국 남부 백인들의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리고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Redneck 문화는 미국 남부로 이주했던 영국 중부 출신 사람들이 정착시켰다. 즉, 흑인문화는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영국 중부에서 온 것이다. 


당시 Redneck 문화를 정립시켰던 영국 중부인들은 상당수가 범죄자 출신이었다.

근친혼이 일반적이었고 여성인권은 바닥이었으며 물리적 폭력으로 서열을 정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흑인 문화, 그리고 힙합문화까지 이어져오면서 폭력이 미덕이 되고 무책임이 권리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래서 내가 힙합을 예전만큼 안 좋아한다!


“No one chooses which culture to be born into or can be blamed for how that culture evolved in past centuries.”
 - Thomas So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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