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같은 어둠에서 해가 뜨기전 푸르스름 해지는 찰나의 고요한 순간
아침 4시반, 눈을 떴다.
나는 지극히 아침형 인간이었다.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 임에는 틀림없다.
알람이 없어도 해가 뜨면 눈을 뜨는 마법의 신체 바이오리듬을 갖고 있는 사람.
매사에 에너지가 넘쳐나서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그런 사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나를 지배하는 감정은 불안이었다.
꼭 27살, 세계일주 후에 하고 싶었던 일에 실패하고 뭘 해야하나 불안했던 그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35살, 이르지 않은 나이에 다시 겪는 자유는 해방감보다는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컸다.
'내 인생은 항상 한 박자씩 늦은걸까.'
이 끊이지 않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자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난 시간 동안 깨달은 점은 잡 생각이 많아질수록 몸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해결도 안될 이런 불안감 따윈 개나 주라지.
내가 가장 좋아한 이 아침 시간을 누구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곤 따뜻한 감귤차 한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았다.
흠 이 우선 이 차는 내 취향은 아니다. 하나의 불호를 발견했다는 소소한 기쁨을 느껴본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불안의 원천은 항상 그랬다. '욕심' '조급함' 그리고 어쩌면 '외면'
As-is 와 To-be 사이에서의 간극이다. 이상과 열정, 욕심이 높아 나를 매번 몰아세우는 성격이 계속해서 이 불안이라는 형별의 무한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여전히 어려운 건 머릿 속으로 아는 것과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랄까.
랜덤으로 저장해둔 아침 플레이리스트에서 캐논변주곡이 흘러나온다.
너무 진부하기엔 너무 사랑스러운 추억이 가득한 나의 음악.
중학교 2학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전지현이 연주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대학생이 되면, 나도 어른이 되면, 나도 사랑을 한다면.' 꿈꿨던 순간이 머릿 속에 스친다.
참 반짝이고 예쁜 추억의 조각들이다.
추억으로 산다는 게 이런 말일까?
남다른, 색다른, 마이너리그 감성의 소유자였던 덕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Top100 이런 건 쳐다도 안 봤지만,
문뜩 이 보편의 감성은 가장 소소하게 자주 행복할 수 있는 트리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새로움보단 진부함이 더 매력적인 아침이라고 해야겠다.
나의 취향1. 시간 - 해가 뜨기 전에 어슴프레 푸른 이른 새벽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이른 아침, 새벽녘의 고요함.
코끝이 살짝 시린 촉촉한 공기 온도. 반대 되는 따듯한 차 한 잔.
시간이 눈으로 보이는 순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