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던 20대의 나를 학교에서 다시 만나다.
어른들에게는 왜 학교가 없을까.
우리도 계속해서 방황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무작정 모교에 가기로 결심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지?'
라는 고민을 가장 깊게 많이 한 시기라 그럴까.
그래서 여전히 그 고민을 품고 있는 오늘, 학교를 향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설렘과 낯섬 그 두 가지 감정을 안았다.
'간다고 뭐가 있겠어..?'라는 생각들도 드물게 올라오지만 오늘의 나의 걸음을 막을 수는 없다.
여전히 끊임없이, 천사와 악마, 두 개의 마음이 싸우는 중이라는 사실에 피식 웃음이 났다.
버스에 앉아 곰곰이 그 시절을 떠올려본다. 엔트로피가 과다한 들떠있기도 불안한 그런 상태. 나는 2년이나 늦게 대학교에 들어갔기에 이 시간을 누구보다 잘 보내야한다는 강박이 매우 컸다. 늦은 시간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까,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절대 안된다는 그런 생각들. (돌이켜보면 2년이 참 긴 시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유난히 실패에 각박한 사회이다.)
하지만 대학생 되면 다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솜사탕 같았던 말들 때문일지, 대학생활은 나에게 낭만 그 자체이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밤새고 나와 보는 일출이라던가, 강의실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동기들과 함께 고민한다거나, 삶은 무엇일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책 한권 가슴에 품고 캠퍼스를 누빈다거나 그런 것들 말이다.
학교에 어느새 가까워지자, 과잠바를 입고 버스에 오르는 학생들이 보인다. 이들 덕분에 과거에 있던 나는 현재로 돌아왔다.
'참 좋을 때지'
아,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어른들은 왜 저런 말을 할까 했던 말들을 혼자 하는 날 보며, 너도 나이가 들긴 했구나 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시험 잘보렴 얘들아! 끝나면 방학이야!!'
12월 2째주, 아마 기말고사 마지막 주간일텐데 마음 속으로 살포시 응원을 해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추억 회상을 하다보니 어느새 추억의 단과대 건물에 도착했다.
'어떻게 10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 건물은 여전한거지? 세상에!'
무너질 것 같은 낡은 노란 벽돌들이 보인다. 우린 목욕탕이라고 부르며 도대체 왜 리모델링을 안해주냐고 불평을 토했었는데 너무 예전 그대로인지라 불과 10년 전이 어제 같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쭉 리모델링 안하고 이모습이었음 좋겠네.. 미안 신입생들..'
어린시절 초등학교에서 맛없는 흰 우유를 먹는 이유가 6학년이 초코우유 반대해서 계속 흰 우유가 되물림 된다는 그런 얘기처럼 졸업생의 소망이자 귀여운 저주라고 해두자.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이 퀘퀘 묵은 냄새.
'아, 정말 이 곳이네.'
마음이 울컥해진다. 누가 보면 사연이 아주 많은 사람 같겠지만 사연 따윈 없다.
그냥 길 잃은 어느 낡은이 일뿐.
건물 1층 시청각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갑게 가라앉은 건조한 공기에 먼지 냄새가 섞여 있다.
나의 20대. 불안하고도 또 불안했던 어린 청춘이 바쁘게 머릿속을 지나간다.
이 냄새 하나로 나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다니.
그 때는 30대가 엄청난 어른이라 생각했고 그 때쯤이면 나이가 들어 세상살이(?) 좀 알겠거니 했는데,
10년 후 30대 정중앙에 온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며 괜시리 웃음이 났다.
20대의 나는 30대를 도대체 어떻게 바라본건지!
아, 그래도 이제는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40대가 되더라도 엄청난 어른은 아니겠구나 하는 정도이다. 지천명 정도가 되면 그 때는 그래도 조금은 알지 않을까 하는 기대만 살짝 남긴다.
꼭 나의 청춘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이 오랜 강의실의 먼지 냄새.
깊은 숨 한 번에 나의 시간을 되돌려줘서 고마워.
나의 취향은 새 강의실 냄새 보다는 '먼지 쌓인 건조한 오래된 강의실 냄새'라고 해두자.
나의 취향 찾기2.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