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사랑방칼국수에서 몸과 마음을 녹이다.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희망 찬 인사와는 달리
나의 2025년은 참으로 버라이어티하게 시작되었다.
형태가 불분명한 보이스피싱에 내 금융 정보가 잘못 이용되어
경찰서에, 은행에, 변호사에, 이리저리 참으로도 바쁜 연초였다.
'살다 살다 내가 하지 않은 잘못 때문에 경찰서를 다 가보는구나...'
의도치 않은 안 좋은 일에 휘말리니 가장 먼저는 스스로를 원망을 했고,
이어서는 인간에 대한 미움과 불신들이 마음 깊은데에서 샘솟았다.
그렇게 몇 일은 한 껏 부정적 감정에 취해있었는데, 문뜩 그래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태 없는 걱정은 잠시 덮어두기로 마음을 다 잡는다.
'덕분에 일을 안한다고 심심하진 않네. 나는 이제 명탐정 코난이다'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고 스스로에게 매운맛 농담도 던져본다.
소소한 일상에 다시 집중해보자며 몸을 일으키며 집을 나섰다.
오늘의 날씨는 춥다 보다는 매섭다, 아프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적합해 보인다.
생각보다 안춥네라는 말이 정말 딱 10초만에 쏙 들어갔다.
그렇게 추운 날씨에 일을 보니 1시가 훌쩍 넘었다.
너무 추워서일까, 지쳐서 일까. 뭔가 따뜻하고 제대로 된 한끼가 먹고 싶어졌다.
바들 바들 떨면서 충무로 골목에 위치한 낡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온기가 화악하고 온몸으로 느껴진다.
"혼자에요?"
배추 손질 중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자리를 안내 받아 앉고서 닭 백반을 시켰더니, 딱 1분만에 한상 가득 니왔다.
소박하지만 든든한 백반 한상이다.
따뜻한 닭곰탕 국물을 들이키니 '하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따뜻해...'
부드럽게 삶아진 닭고기를 닭곰탕 국물에 밥과 함께 야무지게 먹는다.
어느 하나 특별 할 것 없어보이는 한 상인데 묘하게 엄마 밥처럼 든든하다.
문뜩 '따뜻함'이란 무얼까 생각이 들었다.
따뜻함은 감정적인 동시에 지극히 물리적이다.
온도가 따뜻해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따듯함을 느끼니깐 말이다.
지치고 외롭고 무언가 그럴 땐,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주는 위로를 잊지말자.
내용있는 음식, 실속있는 식사!
나는 오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만나는 할머니가 주시는 따뜻한 노포집의 백반 한상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