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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vil Nov 26. 2021

15#베를린:맥주의 나라? 아니 "빵"의 나라!!!

독일에서는 맥주, 소시지, 빵 외에는 먹을 게 없다


어떤 저자는 독일의 빵을 "마치 딱딱하고 무뚝뚝해 사교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이지만, 한 번 친해지면 굉장히 친절하고 남을 잘 돕고, 신뢰와 믿음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독일 사람"의 성격에 비유하기도 한 것처럼, 겉은 딱딱하고 모양새는 볼품없고, 손조차 가기 힘든 빵의 생김새에 비해 속은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하며, 담백한, 매일매일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맛이 바로 독일 빵이다.


 


 

깜찍한 브레젤 모양과 소시지 모양의 도자기 장식은 아마도 크리스마스트리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다. -뮌헨 아우어 둘트 벼룩시장 -


그때가 핼러윈 시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샤를로 텐 부르크 성[Schloss Charlottenburg]에서부터 천천히 골목골목을 돌며 베를린 초역[Zoologischer Garten Bahnhof] 근처까지 걸어왔을 때에는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나서 더 이상 단 한 발자국도 옮길 힘이 없는 상태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호박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한 손에는 핼러윈 호박 모양으로 만들어진 빵을 연신 신기해하며 들고 있는 어리고 어린 사내아이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사내아이가 건네준 작은 빵 한 조각의 유혹으로 자유로운 동심의 세계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사내아이와 여인이 방금 나온 가게 안으로는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터인데, 10여 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호텔을 제쳐두고 보이지 않는 냄새에 이끌려 그렇게 빵집으로 들어갔다. 그때가 독일에서, 베를린에서 빵집이란 곳을 처음 간 것으로 기억한다.


시큼한 향이 났다.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빵집에서 달콤한 맛을 기대했지만, 시큼한 향이 대신 나를 반겼다. 나의 후각은 "잘못 들어온 거야!"라고 했지만, 카운터 앞 유리 진열대 안에 먹음직스러운 빵이 한가득인 것을 확인한 나의 시각은 "오늘 했던 일들 중에 가장 잘한 일이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반질반질하게 윤이나는 노르스름한 빵들과, 보들보들한 감촉의 호밀 색이 돋보이는 빵들이 비슷하게 생겼음에도 그런대로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이런 것들이 유리 진열 장안에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카운터 뒤 나무 선반에도 즐비하게 줄 맞춰 있었으며, 심지어는 카운터 위 천장에 줄로 매달려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 천장에 매달려있는 빵들의 크기는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곧 떨어질 것 같은 커다란 빵들이었다. – 커다랗다는 표현을 어떻게 해야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매달려 있는 것들 중에 가장 작아 보이는 빵은 놀이동산의 솜사탕을 두 개 정도 합친 것만 했고, 가장 큰 것은 아마 어림잡아 기내용 슈트케이스 만한 크기였다. - 어떤 것은 반이 잘려 나가 있기도 했고, 또 어떤 빵은 온전한 모양으로 약간의 시큼한 향과 함께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으며, 주인의 손에 의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매달리는 빵도 있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매달려 있는 빵을 보며, 시골집 처마 끝에 매달린 곶감이라던가, 쿰쿰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메주를 떠올리겠지만, 희한하게도 그때의 난, 사냥한 먹이를 철조망이나 나뭇가지에 꼽아두는 못된 습성을 가진 때까치를 떠올렸다. 매달려서 흔들거리는 모양새가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때까치의 먹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어쩌면 난 그 때까치처럼 빵집에 빵을 사냥하기 위해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종종 서울에서 독특하게 생긴 빵집을 방문하면 "이것들은 모두 장식용이에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나, 혹은 본 적이 있는데, 흡사 그것들처럼 생긴 모양의 빵들이 전부였다. 빵 안에 크림이 잔뜩 들었다거나, 각종 과일로 데코레이션 되어 있다던지, 심지어는 햄이라는 것이 들어있는 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롯이 동그랗거나 둥글거나 울퉁불퉁하거나 길쭉하거나, 불가사리 모양의 칼집이나 있거나, 검은깨가 잔뜩 뿌려져 있거나, 이상하게 돌돌 말려있거나 곡물 같은 것들이 빵 속에 박혀 있는 빵들이 전부였다. 그리고 겉은 어찌나 딱딱해 뵈던지 선뜻 뭐 하나 손이 가게 생겨먹지는 못했다. 결론적으로 뭐 하나 제대로 고를 수 없었던 이유는 그 수가 너무나 많아 무엇부터 집어 들어야 할지 몰라 꽤나 오랫동안 머뭇거리며 난처해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무엇을 시켜야 할지 몰라 메뉴판을 정독하는 사람처럼, 난 익숙하지도 않던 독일어로 쓰인 빵 이름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머리도 긁적여 보고, 입을 삐죽거려 보기도 하며 빵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고 있던 모양이다.


"어떤 빵으로 줄까?"

"음.. 여기 처음인데, 저녁식사로 간단히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빵을 추천해줄래?"

"아~ 여행 중이구나! 그럼, 이거 하고, 음.. 또.. 이거.. 그리고, 이게 좋겠다."

"내가 보기에는 따 똑같아 보이는데, 뭐가 다른 거야?"

"이거는 밀히 브로트라고, 우유가 많이 들어 있어 굉장히 촉촉해. 그리고 이 빵은 세사미 브로트. 깨가 많아 담백하고, 그리고 이건, 회르헨이라고 크로와상 알지? 그거 하고 맛이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촉촉하고 부드러워. 커피하고 다들 잘 어울리는 빵들이야."

"위에 매달린 빵은 뭐야? 저 빵들도 파는 거야?"

"아~ 이건 말이지 무게로 파는 빵들이야. 독일에서는 주로 이렇게 무게로 달아 팔아. 그리고 이건 밋슈브로트라고 해서. 너 호밀 빵 좋아하니? 이 빵들은 호밀로 만들어서 그냥 먹으면 좀 시큼하면서 씁쓰름한데, 햄이나 치즈랑 먹으면 정말 맛이 기가 막히지. 여행객이니 치즈와 햄을 들고 다닐 일 없으니 이 빵은 네가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다면 맛볼 수 있을 거야."


아직 저녁식사시간이 되지 않아서 한산한 탓이었을까? 빵집 주인은 친절하게도 하나하나 설명해 준다. 저녁거리라고 사 가지고 온 빵들은 하나같이 커피와는 어울리지 않을 듯 각자 나름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따뜻한 카페라테와 함께 하니 어느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고급진 요리처럼 그 빵집 주인의 세심한 배려가 입안 가득 퍼졌다. 온기가 감도는 커피잔을 다리 위에 살며시 놓으며, 입안에 부드럽고 촉촉한 빵을 오물오물 씹으면서 소파 깊숙이 몸을 묻으니 이내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베를린에 머무는 내내 그 빵집에 나는 저녁 장거리를 사러 나오는 여인네처럼 매일 저녁 들렀고, 언제나 30분가량 그 주인장과 맛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 출처 : bY Marian Moschen




진한 커피 한 잔과 토스트 한 조각을 맛보고 있으니 옛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말이 있다. "독일에서는 맥주, 소시지, 빵 외에는 먹을 게 없다."라고... 몇 번을 들어도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유럽의 여느 나라들에 비해 시각, 미각, 후각이 즐거운 음식이 드문 곳이 바로 독일이다. 귀족들의 식사에서 발달한 프랑스 요리처럼 풍부한 소스의 향과 맛으로 모든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요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형적 특색이 강해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이탈리아 요리도 아니거니와, 지중해를 끼고 있어 해산물 요리가 발달한 스페인 요리나, 라틴 아메리카나 스페인어권 국가들의 토착 요리와 견줄 만한 절대적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맥주, 소시지, 빵 외에는 먹을 게 없다."라는 말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래, 독일의 맥주, 소시지, 빵은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더없이 훌륭하지 아니한가!


3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빵 종류가 있는 나라. 빵집마다 매일 신선하게 구워져 나오는 페이스트리 종류가 1,200여 가지가 넘는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빵이 있는 나라. 빵, 그 자체로 "일상적 음식"인 나라. 그것이 바로 독일이다.


독일의 빵 종류는 인접국인 프랑스를 웃돈다. 요리의 나라, 미식가의 천국이라는 프랑스도 독일의 제빵 기술과 빵 종류에는 따라올 수 없는 모양이다. 독일이 "맥주의 나라"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럽에서는 독일을 "빵의 나라"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면, 이미 유럽 전역에서는 독일 빵이 꽤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달리 맥주를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독일 사람들도 맥주에 빵을 곁들여 마시니 단연 "빵의 나라"라고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맥주에 빵을? 달달한 빵 맛에 길들여진 우리네 식견으로 본다면 그 생김새나 시큼한 첫맛에 이내 고개를 획 돌려 버릴 테지만, 특유의 담백함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이 있는데, 그 후부터는 계속해서 찾고 싶은 빵이 독일빵이다.


독일에서 유달리 빵 종류가 다양하게 발달하게 된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독특한 호밀의 다양한 조합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각 주에서는 이런 다양한 조합 방식으로 독일만의 고유한 빵을 만들어내는 곳들이 많이 존재할 정도로, 빵은 독일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보통 빵을 만들 때에는 밀가루 한 종류만으로 빵을 만든다고 알고 있고,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빵들이 또한 그렇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밀가루만이 아니라 다양한 곡물들을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그 맛과 향이 독특하며, 속은 굉장히 부드럽고, 식감은 이루 말할 수없이 촉촉하면서 쫄깃하다. 특히 독일 사람들은 저녁 식사로 늘 잡곡을 넣어 만든 빵을 먹는데, 이는 밀로 만든 하얀색 빵은 영양가가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기름기와 설탕이 거의 들어있지 않고, 약간의 소금으로만 간을 낸 독일 빵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대로 질리지 않는다. 특히나 버터나 치즈, 햄, 베이컨 등을 곁들여 먹으면 빵의 풍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더군다나 호밀로 만들어진 빵에는 기름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버터를 바르거나 살짝 익힌 베이컨과 함께 먹으면 호밀 특유의 시큼한 맛이 사라지는데, 이는 독일 사람들도 즐겨먹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시큼한 맛은 호밀의 특성상 발효과정에서 강한 산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인데, 꼭 독일 빵이 아니더라도 시큼한 향이 난다 싶으면(오래되어 상한 빵이 아닌 이상) 호밀이 섞여있는 빵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 브로트[Brot]

독일어로 "빵"을 "브로트[Brot]"라고 한다. 모든 종류의 빵을 통 들어 일컫는 말로, 영어의 "브레드[Bread]"와 같은 의미이다. 빵을 무게 단위로 판매하는 독일에서는 보통은 무게 250g 이상의 큰 빵을 브로트라고 부른다.


- 브뢰첸[Brötchen]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단순히 빵을 지칭할 때는 "브로트[Brot]"라고 하지만, 독일어 특성상 작은 것을 나타내는 단어에는 단어 끄트머리에 축소형 후철인 "~chen" 이란 것을 붙여 "작은, 귀여운" 이란 의미로 해석하는데, 이 "브뢰첸[Brötchen]"도 마찬가지로 „브로트[Brot]“라는 단어에 "~chen"이라는 후철을 붙어 "작은 빵"이라 부른다. 즉 주먹만 한 작은 빵은 모두 "브뢰첸[Brötchen]"이라 하며, 대부분 무게 250g 이하의 가벼운 빵을 "브뢰첸[Brötchen]"이라고 한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빵인"브뢰첸[Brötchen]"은 독일 사람들이 가장 애호하는 빵으로써, 독일 내에서 그 종류만도 무려 1200여 가지에 달하는데, 달걀과 버터를 넣지 않은 저배합 반죽으로 구운 담백한 발효빵으로써 자신의 기호에 맞게 버터나 햄, 햄이나 소시지 등과 함께 아침식사로서 많이 먹는다. 이 "브뢰첸[Brötchen]"은 겉은 약간 두껍고 단단하지만 속은 아주 부드럽고 촉촉한 빵이다.


- 룬트스튁 [Rundstück]

보통 작은 빵을"브뢰첸[Brötchen]"이라 부르지만, 작으면서 동그란 모양의 빵을 "룬트스튁 [Rundstück]“이라 부른다. "브뢰첸[Brötchen]"은 모양에 상관없이 작은 빵을 말하지만, "룬트스튁 [Rundstück]"은 모양이 둥글거나 동그란 빵을 말한다. 독일 여행 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빵을 반으로 나누어 치즈나 베이컨, 햄, 훈제연어 등을 곁들이겨나 아니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 카이저 젬맬 브뢰첸[Kaiser Semmel Brötchen]

독일 남부지역에서부터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가장 흔히 먹는 빵이다. 빵 표면에 불가사리 모양으로 칼집을 내서 굽는 것이 특징이며, 토핑으로 겨자나 깨를 자주 이용하며, 소시지나 베이컨, 치즈 등과 함께 먹는다. 잡곡류보다는 주로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맛은 아주 구수 하다.


- 밀히 브뢰첸[MilchBrötchen]

독일어로 우유를 "밀히[Milch]"라고 한다. 이 "밀히 브뢰첸[MilchBrötchen]"은 다른 빵에 비해 우유 함량이 굉장히 많아, 버터나 쨈, 마멀레이드를 발라 먹어도 맛있지만, 순수하게 그냥 먹는 것이 "밀히 브뢰첸[MilchBrötchen]"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굉장히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사진 출처 : bY Marian Moschen

- 밋슈 브로트[Mischbrot]

"혼합하다"의 의미인 "밋셴 [Mischen]"이란 단어와 합성어로 라이맥 분, 즉 호밀과 밀가루를 같은 배합으로 혼합하여 만든 빵이라는 의미이다. 호밀과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생산하고 있는 독일에서 가장 일반적인 라이맥 빵으로, "바그 코르브 [Bag Korb]"라고 하는 독특한 틀에 발효시켜 굽는 것이 특징이다. 빵 자체에서 호밀 특유의 시큼한 향과 맛이 나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것보다는 햄, 야채, 치즈, 달걀, 토마토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먹는 것이 좋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일인들도 주식용 샌드위치 빵으로 애용하는 빵이다.


- 세사미 브로트[Sesambrot]

"깨"를 뜻하는 "세사미[Sesam]". 독일에서는 예부터 자주 깨를 이용해 빵을 만들어 왔다. 일반적인 브로트에 깨를 많이 사용하며, 브뢰첸에도 깨를 많이 사용한다. 검은깨가 토핑으로 올라간 카이저 젬멜 브뢰첸이 그중 가장 일품이다.


- 쯔비벨 브로트[Zwiebel Brot]

"쯔비벨[Zwiebel]"은 독일어로 "양파"를 뜻하는데, 구운 양파를 빵 반죽에 넣어서 한번 더 구운 빵을 말한다. 구운 양파를 빵에 넣으면 고소하면서도 양파 특유의 독특한 단맛이 나는데, 독일에서 주로 빵을 구울 때 샤워 크림을 넣은 호밀빵이나 전분 빵에 구운 양파를 넣는다. 베이컨, 치즈, 햄, 후추와 잘 어울려서, 맥주 안주로도 많이 이용된다.


- 브레젤 [Brezel]

"프레즐"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대표적인 빵이다. 이 빵의 독특한 모양 때문에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빵 가게 심벌마크로도 자주 이용된다. 굽기 전에 "라우겐[Laugen]"이라 불리는 알칼리 액에 담근 후 구워내는 것이 특징인데, 그로 인한 독특한 풍미와 식감 때문에 한 번 맛보면 그 맛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이다. 독일에서는 간식용이나 혹은 맥주 안주로 소시지와 함께 먹으며, 특히 독일의 가장 큰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맥주에 브레젤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래서 한 손에는 커다란 맥주잔, 또 다른 손에는 브레젤이 담긴 접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다.

사진 출처 : bY Marian Moschen

- 슈탕겐 바이스브로트[Stangen weissbrot]

반죽을 얇게 편 다음 여러 겹으로 돌돌 말아 모양을 그대로 살려 막대 형태로 구운 빵이다.

막대, 장대라는 뜻의 "슈탕겐[Stangen]" 이란 단어처럼. 쉽게 생각하면 프랑스의 바게트를 연상하게 되지만, 질감이나 맛은 바게트와는 다른 맛이다. 이 모양을 응용해 만두처럼 반죽을 얇게 펴, 베이컨, 햄, 치즈 등을 얇게 썰어 넣어 돌돌 말아 구운 슈탕겐 바이스브로트[Stangen weissbrot]도 많이 볼 수 있다.


- 회른헨 브로트[Hoernchen brot]

슈탕겐 빵을 소의 뿔처럼 구부린 형태의 빵을 "회른헨 브로트[Hoernchen brot]"라고 한다. 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작은 뿔"을 뜻하는 독일어 "회른헨 [Hoernchen]" 단어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역시나 빵 속에 쨈이나 초콜릿, 치즈 등을 넣어 구워 나온 빵들이 많다.


- 스톨렌 브로트[Stohllen brot]

스톨렌의 종류는 많지만 주로 크리스마스 때 구워 먹는 길쭉하고 네모난 빵을 말한다. 이는 "우유를 먹는 예수를 감싼 담요 모양"을 본떠 만든 빵인데, 마치 하얀 담요로 감싼 것처럼 빵 전체에 하얀색의 분당 가루가 소복하다 못해 두텁게 덮여 있어, 한겨울에 스톨렌 빵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따뜻해진다. 1329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 스톨렌은, 빵이라기보다는 버터케이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럽다. 독일 빵 중에서도 특히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 한 빵으로 11월이 되면 어느 집에서건 이 빵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독일 주택가를 지나가다 보면 달콤하면서 고소한 향에 한 번쯤은 발길을 멈추게 된다.


- 쿠헨[Kuchen]

쿠키와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쿠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어로 케이크를 뜻한다. 즉, 독일에서는 케이크를 "쿠헨[Kuchen]"이라 부른다.


- 바움쿠헨[Baum Kuchen]

독일어로 나무를 "바움[Baum]"이라고 하는데, 나무의 나이테와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어 "바움쿠헨[Baum Kuchen]"이라고 지어졌다. 독일의 대표적인 케이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케이크이다. 카스텔라처럼 부드럽지만, 아무리 먹어도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국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 티 타임[Tea Time]을 갖는 것처럼 독일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빵을 먹는다. 아침으로는 브뢰첸[Broetchen]이라는 작은 빵을 먹는데, 이른 아침 갓 구워낸 이 작은 브뢰첸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빵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점심식사 전 휴식시간에도 빵을 먹는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아니면 수업과 수업 사이에 언제나 중간 휴식 시간을 갖는 독일인들은 그 시간에도 빵을 먹는다. 대략 오전 10시 즈음에 파우제[Pause : 독일어로"휴식"]라는 쉬는 시간 동안 파우제 브로트[Pausebrot]라는 간식을 먹는데, 이는 휴식시간에 먹는 빵이라는 의미로, 휴식이라는 뜻의 "파우제[Pause]"라는 단어와 "빵"이라는 뜻의 "브로트[Brot]" 단어가 합성된 걸로 봐서도 오래전부터 독일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빵을 즐겼던 모양이다. 파우제 시간이 정해져 있는 학교에 비해 회사나 관공서, 공공 기관에서는 그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10시 즈음해서 이 파우제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 때에 독일에 있는 관공서나 은행, 공공기관을 찾게 되면 한 손에는 덩치 큰 독일 사람에 맞는 커다란 사이즈의 컵과 다른 한 손에는 파우제 브로트를 들고 있거나, 혹은 입안에 빵을 우물거리면서 업무를 보는 독일인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공원 벤치에서 나 광장에서는 이 시간 즈음에 삼삼오오 모여 파우제 브로트를 즐기는 학생들을 볼 수 있거나. 이렇게 독일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빵을 먹는다. 심지어는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 투명한 비닐 속에 서너 개의 빵을 넣어 허리춤에 찬 모습의 인부들을 본 적이 있는데, 저 빵을 먹고 어쩜 저리 힘든 일을 할까 싶었지만, 그런 빵을 하루 종일 먹는 사람들이니 그런 걱정이 쓸데없고 멋모르는 얄팍한 동정심으로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아침은 황제처럼 먹고, 점심은 왕처럼 먹고,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라는 독일의 옛말이 말해 주듯이 독일인들은 하루 중 아침과 점심을 가장 든든하게 먹는다. 점심에는 따뜻한 음식, "바르메쓰 에쎈[Warmesessen]"이라고 하여 불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이라 해서, 그야말로 요리를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4~5시쯤에는 "커피와 케이크[Kaffee und Kuchen]"이라는, 미국과 영국의 "커피타임[Coffee break]"이나 "티 타임[Tea time]"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커피나 차와 함께 독일식 케이크인 쿠헨을 먹는데, 여기에 과일, 초콜릿, 크림 등이 켜켜이 얹혀 함께 즐기는데, 이렇게 먹는 습관이 바로 독일인들에게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상상하면 굉장히 달콤하면서도 행복할 수 도 있겠지만, 이런 식습관이 매일 지속된다면, 건강에도 과연 달콤하고 행복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낮동안 왕처럼 먹어 댄 독일인들은 저녁이야말로 아주 간소하게 먹는데, "칼테스 에쎈[Kaltesessen]"이라고 해서 빵과 소시지, 햄, 치즈 등의 차가운 음식 위주로 먹는다. 독일에서는 "저녁을 먹었다"라는 표현으로 "Ich habe vorhin mein Abendbrot gegessen [이히 하베 포힌 마인 아벤트 브로트 게게쎈]"이라 주로 말하는데, 여기에서 "저녁식사"라는 뜻의 "아벤트 브로트[Abendbrot]"라는 단어 자체는 저녁이라는 뜻의 "아벤트[Abend]"와 빵이라는 "브로트[Brot]" 단어가 합성된 단어로, 이 저녁식사라는 단어에도 빵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독일 음식 문화에서는 빵의 중요성을 최고로 꼽는 듯하다.


독일 빵은 모양새가 예쁘거나, 데코레이션이 화려하다거나, 보기만 해도 달콤함에 아찔해지거나 하는 빵은 드물다. 겉은 너무 딱딱해서 입으로는 도저히 베어 먹을 수 없어 보이거나, 한 두입 먹다 보면 그 딱딱한 빵 껍질로 인해 입안이 헐어 버릴 것 같거나, 던져서 머리라도 맞게 되면 눈앞에 별이 왔다 갔다 할 것처럼 딱딱하다. 더군다나 멋없이 왕창 뿌려진 깨들과 곡물들로 입안은 하루 종일 메마를 것 같은 빵들이 전부이다. 아니면 도저히 달달함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빵이거나. 거기다 모양이라고 해서 예쁜 것도 없다. 모두 다 둥글둥글한데, 그 둥근 것도 아무렇게나 반죽해 구운 것이거나, 볼품없이 커다랗기만 한 둥근 모양이 전부이다. 마카롱처럼 앙증맞게 동그랗거나, 머핀처럼 오동통하게 동그란 모양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독일 빵은 독일인들하고 너무나도 닮아 있다. 어떤 저자는 독일의 빵을 "마치 딱딱하고 무뚝뚝해 사교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이지만, 한 번 친해지면 굉장히 친절하고 남을 잘 돕고, 신뢰와 믿음을 중시하는 부드러운 독일 사람"의 성격에 비유하기도 한 것처럼, 겉은 딱딱하고 모양새는 볼품없고, 손조차 가기 힘든 빵의 생김새에 비해 속은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하며, 담백한, 매일매일 먹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맛이 바로 독일 빵이다. 예쁜 마카롱이나 달콤하고 촉촉한 머핀을 누가 매일 먹을 수 있을까? 하지만 독일 빵들은 매일 먹고 싶은 빵이다.



 

사진 출처 : bY Marian Moschen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지금처럼 빵이란 것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지구 상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유지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단백질 다음으로 중요한 탄수화물이란 유기물에 중독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독일에서 맛볼 수 있는 빵이라면 난 충분히 탄수화물이란 것에 중독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있다.




이미지 사진을 다른 이의 사진으로 대체한 것에 깊이 반성하며. 여행 중 음식에 관한 사진을 찍을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 관계로, 참고 삼아 다른 이의 사진으로 대체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많은 여행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관한 사진이 없는 이유에서는 먹기에 바쁜 성미로 늘 사진을 찍을 기회를 놓치고 만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먹는 즐거움이 더 크기에 또 그렇게 안타깝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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