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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Oct 15. 2019

스페인 ‘발렌시아의 날’ 축제

스페인 국경일보다 우리 지역 축제가 더 중요해



스페인어 시험을 마치고 왔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예상보다 문제가 어려웠어서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겠다. 약 2개월 뒤 결과를 확인했을 때 부디 합격(Apto)가 적혀있기를 바랄 뿐이다


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고, 10월로 들어선 스페인은 부쩍 선선해졌다. 해가 없을 때는 조금 쌀쌀한 기운도 드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지금 살고있는 스페인 북부 얘기고 1년 전, 10월의 스페인 발렌시아는 여전히 여름과 가을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여름(verano)과 가을(otoño)사이를 여기 사람들은 veroño라고 부른다




다시 1년 전 발렌시아 이야기로




10월 초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3번째인지 4번째인지 헷갈리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혼자 다녀왔다. 즐겁게 여행을 다녀온 데다가 곧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던터라 나는 들떴다. 그런 들뜬 시기에 발렌시아의 중요한 공휴일인 ‘발렌시아의 날’이 있었다



발렌시아 독립일


10월 9일은 1238년에 하이메 1세가 무슬림으로부터 영토를 되찾은 날이다. 스페인 공휴일은 아니지만 발렌시아는 엄연히 빨간 날로 지정되어 있는 날이고 여러 행사가 열린다. 10월 12일 스페인 국경일보다 말이다


한국의 약 5배에 달하는 넓은 땅덩이를 가진 스페인은 각 지역마다 자체 지구를 가지고 있고 각각이 다른 문화와 특징을 가진다. 심지어 우리가 ‘스페인어’라 부르는 castellano 외에도 catalan, gallego, euskera 등 공식 언어가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에 있는 스페인 사람들은 자기 지역의 문화와 축제, 축구팀에 열광한다. 쉬운 예로 스페인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보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가 붙는 경기 엘클라시코(El clasico)가 더 인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겠다



불꽃놀이




10월8일에서 9일로 넘어가는 시간에는 불꽃놀이가 있었다. 불꽃놀이 덕후인 내가 빠질 수가 없다. 친구 M과 불꽃놀이 30분 전에 다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맥주 두 캔을 챙겨 나갔다


인도는 물론 6차선 도로를 꽉 채운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니 만나기로 한 다리가 보였다. 여기도 사람이 가득했다.


“M. 어디야?”

“바로 다리 건너편이야. 그런데 건너갈 수 없게 경찰이 막고 있어”


다리 하나를 두고 우리는 만날 수가 없었다. 뒤늦게 아구스틴이 ‘저쪽에 있는 다리는 건널 수 있다’며 알려준 다리로 부랴부랴 가던 중 곧 불꽃놀이가 시작한다는 표시의 불꽃 하나가 높이 올라가 터졌다


“아무래도 우리 오늘은 각자 불꽃을 봐야겠어”







그렇게 우리는 불꽃이 터질 때마다 감탄하며 “예쁘다!”, “예쁘다!”를 연신 메신저에 써내려갔다


이 날 불꽃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라고 하기보다 ‘바르셀로나 사람/바스크 사람’ 등 자기 지역을 말하는 이 곳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그만큼 축제에 있어서도 지역 축제가 더 화려한 곳이 스페인이다. 이 날 본 불꽃놀이는 새해맞이 불꽃보다 훨씬 대단했다



Cabalgata (퍼레이드)




오후에는 시내에서 긴 퍼레이드가 있었다. 발렌시아는 사실 스페인에서 ‘퍼레이드 규모’로 손꼽히는 도시이다. 그 중에서도 이 날 진행되는 퍼레이드는 정말 볼만하다




fallera들




기관 건물 개방


평소에는 일반인 출입이 불가한 Palau de la Generalitat도 이 날은 무료로, 아무 조건 없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옛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며 지금도 중요한 정부 건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천장은 지나칠 정도로 화려했다




축제에 빠지지 않는 메르까도


이런 큰 축제가 할 때면 언제나 한 켠에서는 시장이 열린다. 작고 귀여운 것들을 파는 상인들도 나오고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도 나온다


전통빵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큰 화덕
빵도 먹고 문어도 먹고



M과 문어에 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갑자기 쏟아지던 비. 바깥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다들 안으로 혹은 다른 곳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축제를 다 즐기고서 비가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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