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단상 (2) - 반년만에 간 한국

해외에서 살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한식들

by BSJ



** 분량 조절 실패로 글이 꽤 깁니다 (;_;) **






10, 나는 한국에 왔다. 꼭 반년만에 방문이었다.


항공기 창가의 앉아 한국을 보며 보면서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미세먼지였다. 탁한 회색빛의 도시를 보며 ‘이젠 봄이 아니어도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한 건가’하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내가 한국에 도착한 이 날이 미세먼지가 유독 심한 날이었다. 다행인 건 이다음날부터는 그래도 날씨가 좀 괜찮았다는 것이다


회색 먼지가 걷힌 한국은 가히 아름다웠다. 붉은빛 노란빛의 단풍은 매년 보던 것임에도 어찌나 이렇게 예쁘던지....







부리나케 한식 먹방을 시작했다. 해외에 거주하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건 바로 국밥, 국물 요리였다. 볶음요리 무침 요리는 현지에 있는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었지만 국밥은 도저히 만들 수가 없었고 찬바람이 부는 날이면 더더욱 국물 요리가 그리웠다







중국집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중국집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있고, 심지어 내가 사는 발렌시아에는 차이나타운도 있지만 짜장면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한국식 탕수육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가끔 비슷한 걸 파는 중국식당이 보이긴 한다) 주변에서 극찬을 하는 중국집을 멀리 가봤는데 극찬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지인들이 하는 가게도 갔죠
그래서 스테이크도 먹었고요
요즘 꽤 핫한 야끼토리 집을 오픈 전에 갔었고요
이탈리안 파스타도 맛나게 먹었답니다
한국 스탑오버를 환영한다며 선물로 내어주신 와인 ㅠㅠ



그리고 제주로,




저는 물 공포증이 있어요. 친구들이 워터파크에서 장난친다고 파도풀 같은데 끌고 들어가면 거의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무서워합니다


10대 때는 거의 물 가까이 가지도 않다가 20대가 되고 여행을 다니면서 물에 들어가 보고 싶은, 놀고 싶은 욕망이 슬금슬금 올라왔죠. 그러던 중 같이 살던 E언니가 스쿠버다이빙에 폭 빠져서 몇 년간 저에게 영업을 했고 결국 저는 제주도에 가서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맑디 맑던 어제의 하늘이 무색하게 비가 무섭게 쏟아지던 날, 제주도로 갑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신 건강한 집밥도 너무 잘 먹었고요
제주도에 왔으니 회!! 먹어줘야죠!
제주 막걸리도 빠질 수 없고요




그리고 다시 서울




한국에 있는 2주 동안 정말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꼭 한국에 살던 시절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하루 약속은 2개는 기본이고 3탕, 4탕을 뛰는 날도 있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다음 약속까지 다행히 1시간 여유시간이 있었다. 약속 장소 근처까지 전철을 타고 가 꼬르륵 울어대는 배를 부여잡고 눈 앞에 보이는 만두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킨 만두와 쫄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저녁에는 을지로 시장골목에 가서 푸짐한 해물파전도 먹었고
육수가 아주 진하고 맛있었던 전골도 먹었다
국밥은 정말 틈틈이 먹어줬고
어쩌다보니 파스타는 한 번 더 먹었다







미칠듯한 일정을 소화하던 나날, 그나마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9시쯤에는 기상했지만....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E언니가 아침밥 챙겨 먹어라며 국과 반찬을 만들어 놨다. 예전 내 생일 때 언니가 미역국을 끓여준 적이 있었는데 “우와 진짜 맛있어. 우리 엄마가 한 거보다 더 맛있네”하고 말한 적이 있었다. (진심으로) 그걸 기억했는지 언니는 미역국을 만들어줬다



회사에 갔다




비록 일이 너무 바빴고, 그게 건강을 망칠 정도였고, 나는 회사를 퇴사하고 스페인으로 왔지만 그건 회사나 일이 ‘싫어서’는 아니었다. 스페인에서의, 해외에서의 생활은 나의 꿈이자 도전 목표였고 적절한 시기가(나이를 생각하면 많이 늦었지만) 됐다고 생각했을 때 실행한 것뿐이었다. 그들과 나쁘지 않게 작별인사를 나눴기에 퇴사한 후에도 가끔 안부를 묻곤 했다







그래도 설마 팀 회의까지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지.....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고마울 뿐이다. 다들 아프지 않기를 몇 번이나 기도한다




그 와중에 캠핑도 갔다




사실 2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이 이렇게나 빡셌던 이유에는 그 사이에 제주도를 다녀온 것, 그리고 1박 2일 캠핑을 다녀온 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전 회사 사람들과의 캠핑은 너무 즐거웠다. 짧은 식사자리에서는 이렇게 깊이 얘기하고 떠들 수 없다. 분명 한계가 있다




커피마저 더 맛있어지는 캠핑
캠핑은 역시 바베큐죠
술도 넉넉히 준비해왔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2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스페인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못 먹은 음식들이, 못 만난 사람들이 사무치게 생각났다. 마지막 저녁식사로 선택한 건 닭갈비. 사실 닭갈비는 스페인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는 있지만 나 홀로 만들어 먹는 닭갈비는 이 맛이 나지 않는다







한국에 올 때는 캐리어 1개뿐이었거늘 돌아갈 때는 두 배도 아닌 세 배로 불어났다. 세상에 맙소사! 그중 캐리어 2개는 먹을거리로 꽉 채워졌다







공항에 가는 중에도, 공항에 도착해서도 ‘남은 시간에 뭘 더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뿐이었다. 일단 체크인 카운터에 가서 거대한 짐부터 털어내고 편의점으로 갔다. 뚱바 우유를 하나 집었다. 그립다 그리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록 탑승 시간까지 한 시간 채 남지 않았지만 이대로 한국을 떠날 수 없다. 전속력으로 뛰어서 라운지로 갔다. 재빠르게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뭐가 있나 둘러봤다


맙소사, 어묵이 다 있네!


신나서 어묵을 집고 국물 떡볶이도 한 국자 크기 펐다. 다른 먹거리도 조금씩 담아왔다. 최고다 최고. 우리나라 라운지 음식이 최고다. 한식 최고다


나는 오늘도 머나먼 서쪽 땅에서 한식을 그리워한다. 한식 최고. 한식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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