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많이 가져왔음에도, 나의 식탁은 빈곤해졌다
2주간 한국에서의 행복한 먹방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새삼 새파랗고 깨끗한 공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이 너무 좋았어서인가. 그간 누가 그립지도 외롭지도 않았는데 외로움이 밀려온다.....잘 이겨내야 할 텐데
외로움 때문인지 식욕도 부쩍 줄었다. 집 밖으로 나가면 3천 원에 김밥이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고, 8천 원이면 뜨끈한 국밥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던 한국이 아니다. 비록 한국에서 식재료를 잔뜩 가져왔지만 식욕이 없으니 요리에의 의지도 별로 없고 한국에서 먹은 음식과 미처 못 먹은 음식들이 그리울 뿐이다
그럼에도 먹고살아야 하니,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다. 그저 부실하게 먹었을 뿐. 그 부실한 끼니들을 어디에 보여주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이렇게만 먹으면 안 된다고’ 또는 ‘이렇게라도 먹으면 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오늘의 기록
사실 진짜 밥 하기 귀찮을 때는 라면을 먹는다. 어릴 적 집에서 라면을 못 먹게 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라면에 대한 집착이 있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한 달새에 8킬로가 빠지고 식욕을 완전히 잃었을 때도 라면 국물이 있으면 밥을 말아서 조금이라도 먹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먼 타지로 오는 결정을 했을 때 내심 ‘나 라면만 먹고사는 건 아니겠지....’하고 걱정도 했었는데 막상 와서 생활해보니 하면을 그렇게 자주 먹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하는 정도이니 이 정도면 선방이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봐 식사는 더 챙기게 되는 것 같다. 아 비록 이 말과 이 포스트의 내용은 무척 상반되지만 말이다
한국에 다녀와 11월이 되니 슈퍼에 ‘감’이 등장했다. 한국의 것과 아예 다른 과일인 듯한 ‘서양 배’와는 다르게 감은 한국의 것과 맛이 같았다. 감탄하며 한동안 감을 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