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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Nov 29. 2019

한국에서 돌아온 뒤, 스페인에서 먹은 것들

식재료를 많이 가져왔음에도, 나의 식탁은 빈곤해졌다




2주간 한국에서의 행복한 먹방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새삼 새파랗고 깨끗한 공기가 반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이 너무 좋았어서인가. 그간 누가 그립지도 외롭지도 않았는데 외로움이 밀려온다.....잘 이겨내야 할 텐데


외로움 때문인지 식욕도 부쩍 줄었다. 집 밖으로 나가면 3천 원에 김밥이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고, 8천 원이면 뜨끈한 국밥에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던 한국이 아니다. 비록 한국에서 식재료를 잔뜩 가져왔지만 식욕이 없으니 요리에의 의지도 별로 없고 한국에서 먹은 음식과 미처 못 먹은 음식들이 그리울 뿐이다


그럼에도 먹고살아야 하니, 끼니를 거르지는 않았다. 그저 부실하게 먹었을 뿐. 그 부실한 끼니들을 어디에 보여주기에는 다소 민망하지만 ‘이렇게만 먹으면 안 된다고’ 또는 ‘이렇게라도 먹으면 살 수 있다고’ 얘기하는 오늘의 기록




돌아와 첫 끼니는 스팸이었다. 없는 식욕에도 맛있게 들어가는 스팸
스테디셀러 된장국과 야채볶음
아침에는 식빵을 굽고 인스턴트 스프를 준비했다
한국에서 사 온 부침가루를 뜯었다. 밀가루로 만들때와 사뭇 다르다
망고 망고~
슈퍼에 딸기가 나왔길래 딸기도 사 먹었다
‘제법 괜찮다’는 평을 듣고 사본 슈퍼 에그타르트는 아주 무난했다
드디어 식욕이 조금 올라온 날. 요리 준비를 해본다
고기를 다져주고
돈까스 완성! 5장 만들어놨으니 당분간 반찬 걱정이 없다
그제 먹은 전이 생각나서 한 번 더
하루는 친구랑 아시아 음식점에 겄다. 구글 번역의 위엄
제법 괜찮았던 오코노미야끼
하지만 토리야끼는 일본의 맛이 아니었지 (맛있긴했지만)





사실 진짜 밥 하기 귀찮을 때는 라면을 먹는다. 어릴 적 집에서 라면을 못 먹게 해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라면에 대한 집착이 있고, 너무 스트레스가 심해서 한 달새에 8킬로가 빠지고 식욕을 완전히 잃었을 때도 라면 국물이 있으면 밥을 말아서 조금이라도 먹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먼 타지로 오는 결정을 했을 때 내심 ‘나 라면만 먹고사는 건 아니겠지....’하고 걱정도 했었는데 막상 와서 생활해보니 하면을 그렇게 자주 먹지는 않는다. 한 달에 한 번 먹을까 하는 정도이니 이 정도면 선방이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까 봐 식사는 더 챙기게 되는 것 같다. 아 비록 이 말과 이 포스트의 내용은 무척 상반되지만 말이다




산세바스티안에서 먹었던 고추튀김이 맛있었어서 따라해보기




한국에 다녀와 11월이 되니 슈퍼에 감’이 등장했다. 한국의 것과 아예 다른 과일인 듯한 ‘서양 배’와는 다르게 감은 한국의 것과 맛이 같았다. 감탄하며 한동안 감을 사 먹었다



 

11월에도 여름 날씨같은 발렌시아
파란 하늘에 기분까지 절로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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