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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Dec 07. 2019

스페인 절벽마을, 쿠엔카 여행

단풍이 보고 싶어 떠났는데, 엄청난 걸 봐버렸다




스페인, 단풍


 며칠간 구글에 스페인에서 단풍을   있는 스폿을 검색했다. 내가 살고 있는 발렌시아는 11월에도 바다를 즐길  있을 정도로 따뜻한 곳이라 단풍은   없는 곳이었는데, 사람 심리가  웃긴 게  보는 상황이 되니 한국의 아름다운 단풍 풍경이 자꾸만  앞에 아른거렸고 너무 보고 싶었다.


그렇게 검색하다가 쿠엔카(Cuenca) 가을 사진을 보았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울긋불긋 가을빛감이었다. 발렌시아에서 마드리드 방향으로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 마침 거리도 멀지 않고 좋다. 냉큼 적당해 보이는 위치에 숙소를 예약하고 가볍게 짐을 챙겨 떠났다.



1박 2일 여행 시작


저녁 시간 기차가 가격이 저렴해 저녁에 출발해 하루 묵고, 다음  하루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발렌시아로 복귀하는 1 2일로 스케줄을 정했다.


덕분에 쿠엔카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진 도시. 숙소에 짐을 두고 젖은 신발과 양말을 말릴 겸 잠시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아무튼 저녁밥은 먹어야 하니 겸사겸사 나가서 조금 돌아다녀 봐야겠다



calle san pedro
casas colgadas
casas colgadas



쿠엔카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신시가지는  차선 되지 않는 도로와 인도를 메우는 사람들과 차로 다소 분주한 느낌이었지만 구시가지로 들어선 순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길을 거닐고 있었고  위로 노란 가로등이  거리를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오늘의 저녁밥, 아니 저녁 맥주





 결정하고 떠나온 여행이라  곳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사실  여행 전에는 생전 들어본  없는 이름의 도시였다. 이럴  보통 정보를 구하는 방법은  가지다.


하나는 투어 오피스나 숙소 주인  현지인에게 정보를 물어보는 . 하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다.

다른 하나는 구글에 정보를 찾아보는 . 특히 식당은 구글맵 리뷰로 찾아보는  선호한다.


그렇게  번째 방법으로 찾아온 식당 ‘Taberna Albero’.







은근 날씨가 쌀쌀했는지 식당 안으로 들어오니 안경에 뽀얗게 김이 서렸다. 하얀 알 선글라스같이 바뀐 안경을 빼고 식당 안을 둘러보니  동네에서는 생소한-그것도 홀로 - 아시안 여행자에 몇몇은 신기한 눈빛을 띄고 있다.


“Hola” (올라/안녕하세요)


젊은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뒤에 있는 메뉴판을 훑었다. 많이 배가 고픈  아닌 터라  메뉴를 시키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오늘은 가볍게 맥주  잔에 하몽, 초리조  조각을 곁들여 먹기로 했다.


눈으로만 봐도 부드러워 보이는 거품의 맥주  잔이 내어졌고  모금 크게 들이켠 순간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깊고 부드러운 맥주의 향이 사라지기 전에 쵸리조가 올려진 바게트 조각을   물었다. 최고의 조합이다







너무 훌륭한 맥주를 마시니 갑자기 뭔가를  먹어보고픈 욕심이 든다. 숙소로 돌아가는 ,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바에 들어갔다. 사람도 많고 메뉴도 엄청 많다. 쿠엔카 전통 음식인 Zarajos 야채구이를 주문했다.


..... 무슨 고기든  먹어왔던 나지만 양고기로 만든  Zarajos  입에 맞지 않았다. 배가 이미 조금 부른 탓일 수도 있고 식당을 잘못 고른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고기는 너무 뻑뻑했고 나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 아까보다 조금, 아주 조금 씁쓸해진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아침, 절벽 마을을 오르다


해가 떴다. 아침 6시쯤에는 나가서 일출을 보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떠보니 6시 반- 그래도 나올 채비를 마치고 빠르게 길에 나섰다.






어젯밤 잠시 둘러봤던 구시가지는 해가 뜨고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쿠엔카의 구시가지는 절벽 위로 길과 건물이 지어지면서 마을이 형성되어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아름다운 쿠엔카의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으니 많이 힘들지 않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말이다.







 뒤로 조금  거친 길을, 보통은 사람들이   올라갈  같은 길을  올라가 봤다. 목표했던 지점까지 오르니 쿠엔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론다의 구시가지도 절벽, 협곡 위로 집들이 지어져 있지만 쿠엔카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공통점은 있다.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




그리고 단풍


절벽의 풍경에 홀려 내가 쿠엔카에   목적을 잊을 뻔했다. 발렌시아에서는   없었던  ‘단풍’.


parque de  los moralejos




공원을 지나 강 쪽으로 걸어갔다. 쿠엔카 도시를 끼고 양쪽으로  개의 강이 흐르는데 강의 폭이 넓지 않고  부근의 지형으로 인해 강보다는 마치 계곡 같은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계곡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다.




강을 따라 계속 걸어 올라갔다
한 폭의 그림같은 Jucar 강 풍경
산책로가 있어 쉽게 걸어가며 볼 수 있다




든든하게 점심





어제저녁은 별로 먹은  없었고, 오늘 아침밥도 가볍게 추로스. 하니 점심은 든든하게  챙겨 먹기로 결정. 리뷰를 열심히 찾아보고  El bodegón 성공적이었다. 혹시 몰라 식당  여는 시간에 거의 맞춰서 갔는데 30 정도만  늦게 갔어도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라보기


Museo de Arte Abstracto Español
해가 지는 풍경을 보러 다시 오르막길을 올랐다
밤이 되고, 불이 켜진다
어제 그집에 또 갔다. 역시 이 집 맥주는 최고다
수제 요거트도 시켜봤는데 아주 맛있었다



24시간 정도,  하루 정도의 짧은 여행. 하지만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던 스페인 쿠엔카 여행. 그간 보고 싶고 듣고 싶던 것을 실컷 충전해주었고, 혼자 떠난 여행이었기에 고즈넉이 걷고 생각할 시간도 충분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내려놓고 스페인에 와서, 나는 백수가 되었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아졌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신에게 쫓기고,  쫓김에 허덕이다가 가끔은  스스로를 생각하고 돌보는 것을 잊는다. 그래서 이런 여행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마워, 쿠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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