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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an 05. 2020

스페인에서의 새해맞이

한국에서도 안 해본 새해보러 바다 가기



12월의 마지막 날





12월의 마지막 날, 언제나처럼 날씨 좋은 발렌시아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줬다. 붉은빛에서 푸른빛 그러데이션으로 이뤄지는 하늘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레스토랑은 예약 없이는 들어가기도 힘들고 이런 날은 메뉴 가격이 훅 오르는 터라, 차이나타운의 한 레스토랑에 갔다. 평소에는 몇 테이블 차지 않는 곳인데도 nochevieja(12월 31일)라고 사람이 꽉 들어서 있다. 다행히 금방 자리가 나서 앉았다.





자정




저녁을 먹고 시청광장 쪽으로 가니 아직 자정이 되기 몇 시간이 남았는데도 광장에 들어가려는 인파로 긴 줄이 있었다. 한참 줄을 서서 안에 들어가니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떨기에 바쁘다. 여기저기 바닥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도 맥주 한 잔 마시자고 bar로 갔다. 평소에는 2 유로면 마시는 맥주 한 잔이 8유로로 올라있다. 이런 사기꾼들..... 그래도 마시고 싶으니 기다리는 줄의 꼬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한참 기다리다 보니 자정 정각까지도 어느덧 10분 정도밖에 안 남았다. 마음이 급한데 저 앞의 손님이 바 주인장과 친구인지 둘이 수다를 떠느라 정신없다. 애가 탄다.


다행히 종이 울리기 3분 전 맥주를 받았다. 하지만 계산하려고 카드를 내민 나에게 직원은 “현금만 된다”라고 답한다. “아오 나 오늘 현금 없는데!!” 그냥 맥주 안 마신다고 나가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도 뭔가 엄한 분위기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른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탈탈 털어가다 보니 겨우 8유로가 거의 맞춰졌다. (친구의 주머니까지 대동했다) 이제야 맥주를 들고 바를 나갈 수 있다고 안심하며 직원에게 돈을 건넨 순간



와아아


자정을 울리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맥주를 받으며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아침




해외여행을 할 때는 한식이 그립지 않았지만, 해외에 나와 살면 매일같이 한식이 그립다. 명절 음식에 딱히 선호도가 없었음에도 명절이 다가오면 명절 음식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다행히 중국 가게에서 떡을 구할 수 있던 터라 있는 재료를 모아 떡국을 만들었다. 따끈한 국물을 마시며 시작하는 아침이 기분 좋다.


특별하게 보낸 새해는 아니었다. 하지만 먼 길 넘어온 남자 친구와 새해맞이를 함께 하고 아침에 같이 떡국을 먹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였다.




그 다음날





사실 1월 1일에 새해 첫 해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늦잠과 떡국 만들기의 여파로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운 마음에 다음 날 이른 아침, 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른 시간인데도 버스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고-하지만 해변에서 내린 사람은 나뿐이었다- 슬슬 동이 트이려는지 하늘색이 요란하게 바뀌어오기 시작했다.







바다에서의 일출 풍경은 아름다웠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참 즐기다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이 멋진 풍경을 공유하고 싶었다.




1월 6일




동방박사 오신 날을 마지막으로 연휴, 새해맞이가 마무리됐다. 부디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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