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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Jan 11. 2020

스페인 론다 여행, 만취의 기억

조금 더 특이하고 특별했던 여행




나도 여행 같이 갈래


만세! 스페인 남부 여행 같이 가자고  차례 유혹을 해봐도  넘어오던 미아가 드디어 찬성표를 던졌다. 신기할 정도로 공통된 관심사나 성향이 많아 급속도로 친해진 미아는 여기 와서 사귄 유일한 ‘친한 친구이다. 서로 깊은 생각이나 고민도 꺼내놓는 그런 친구이다. 그래서 미아랑   번은 여행을 같이 떠나보고 싶었다.


라이언에어 특가를 보고 덜컥 샀던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세비야와 론다, 그리고 까미니또  레이.

세비야는 이미  번째 방문이라 나는 크게  곳이 없고, 미아는 까미니또  레이에 관심이 없어서 하루는 각자 취향껏 돌아다니기로 했다. ‘아니 너도 같이 가자~’라던가 ‘ 그럼 너랑 같이 있을래’ 같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어쩜, 이런 성격도 같구나.








세비야 공항에 도착, 버스터미널 근처로 가서 가볍게 배를 채우고 론다로 떠났다. 1 한겨울에도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 가는 길에 푸른 잔디가 깔린 언덕들을   있었다. 오랜만에 초록색을 잔뜩 보니 기분이 좋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직전, 론다에 도착했다. 투어 오피스에 들려 지도를 챙기고  유명한 누에보 다리(Puente nuevo) 향했다.


사실 다리 자체는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는데, 날이 흐려서 그럴 수도 있고, 관광객이 유일하게 많았던 스폿이라 그럴 수도 있고, 스페인에 살면서 많이 봐온 색과 느낌이라(물론 이렇게 높고 특이한 다리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너무 멋졌다.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햇빛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만들어내어 더욱 웅장했다.







 20분쯤 다리와 주변을 둘러본  우리는 중심부에서 멀리  멀리 걸어갔다. 와글거리는 관광객에게서 도망가고 싶었다. 조금만 바깥쪽으로 걸어 나오니 순식간에 관광객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골목만  나아가니 아예 현지인도  보일 정도로 조용했다. 이제야 우리는  작은 도시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바깥쪽으로 나아가다 보니 여기저기서 동물 소리와 냄새가 풍겨왔다. 세상 한가롭게 식사를 하고 있는 양을 보고 있자니


꼬르륵


배가 고프다. 저녁 식사를 하러 가려던 식당은 아직 문이 닫혀 있으니 근처에 그냥 어디라도 들어가서 가볍게  마시고 먹어야겠다.







언덕 비탈길을 올라오니 길가에 (bar)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분필로 대충  놓은 입간판을 보니 간단히 먹을 것도 파는 듯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에서 마시고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봤다. 창가 쪽 테이블 자리에 앉기까지 바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와인  잔이랑 이거 주세요

. 어디에서 오셨나요? 일본?”

아니요 저희는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 한국 손님은 처음이에요. 반가워요!”

 그래요? 반가워요-“

 음식이랑 와인 가져다 줄게요







와인을  모금 머금어보니 ‘우와....’ 이거 보통 와인이 아니다.   바로 맛있다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서 나온 타파스를 먹어보니 ‘와아....’  집이 진짜 맛집이네. 동네 사람들이  애매한 시간에도  명이나 나와서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던 이유가 있었어.







결국 우리는 와인을    시켰다. 물어보니 시중 와인을 쓰는 게 아니라  사장인 호르헤 집에서 만드는 와인이라고 한다. 양조장을 가지고 있는 바라니.... 그러니 와인이 맛있을 수밖에 없지.


내친김에 먹을거리도 조금  시켰다. 이렇게 먹으면 저녁을 제시간에  먹을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위장은 이미 활짝 열려버렸고  집은 너무 맛있는 .


맛있는 음식과 와인에 신나서, 들떠서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해가 졌고 와인  병이  비어 간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으려면 이제 슬슬 일어나야 한다는  알면서도 내심 아쉽다. 그때 호르헤가 갑자기 와인  병을 테이블에 가져왔다. “이건 서비스야!” ? 와인  병이 서비스라고?? 말도  되는 얘기 같지만  유쾌한 집에서라면, 가능하다.







그렇게  명이서  잔의 와인과  병의 와인을 비워낸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때는 아침이었고 숙소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본능처럼 핸드폰을 찾아보는데, 없다. 미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려고 한참 자고 있는 미아 방에 들어가 그녀의 핸드폰을 찾다 보니 가방에서  핸드폰이 먼저 나왔다. 잃어버릴까 봐 챙겨줬나 보다. 상냥한  친구.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바에 놓고 나와서 호르헤가 챙겨서 미아에게 줬다고 한다)


  시간, 미아가 잠에서 깨기까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신나서 사람들이랑 떠들고 술을   마신 기억은 있다.  멀리서 집까지는 걸어온 건가?  어제 론다 야경도 보려고 했는데 망했네....


 깨게 이온 음료  사다 줄  있냐며 미아가 일어났다.  옆에 있는 슈퍼에 들려 이것저것 사 오니 그녀의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나는  뒤에도 술을 마시고 바에 있던 미니 게임들을 사람들이랑 하다가 평소처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고. 마침  닫을 시간이  되어서 호르헤 차로 나를 먼저 숙소에 데려다주고 미아는  사람들이랑    하고 들어왔다고 한다.







여러모로 잊지 못할 추억이  론다 여행. 남들과는  달랐던 론다 여행. 혼자 여행을 왔다면 아마   조용하고 평범한 여행이 되었을 텐데 친구와 함께해서  배는  즐겁고 특이했다.


그래도 술은  자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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