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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Mar 06. 2020

친구가 놀러 왔다, 발렌시아로

친구의 ‘우리 동네’ 방문은 처음이라 신났다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로 돌아왔다. 장거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짐이 한가득이다. 짐의 70% 정도는 한국 식료품으로,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받은 것들이다. 짐을 들고 오는데 좀 고생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식품이 집에 풍족해지니 든든하기 그지없다



발렌시아 예술 과학의 도시



바르셀로나에 갈 때는 나 홀로 5시간 버스를 탔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대학 후배인 Y와 함께였다. “언니 있을 때 스페인 여행 가야 하는데- 꼭 갈게요!”라며 일 년 전에 선포를 하더니 한 달 전에 “언니 저 논문 끝냈어요! 이제 비행기 표 끊을게요!”라며 잔뜩 들떠서 카톡 메시지를 보낸 당차고 귀여운 Y


아무튼 지인이 발렌시아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어디에 데려가고 무엇을 먹을지 분주하게 계획을 짰다. 언제나의 발렌시아처럼 날씨도 참 좋았다



산드라
루이비통



쇼핑의 관심이 많은 Y, 덕분에 그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을 방문했다. 싼드라 매장과 루이비통 매장


관광객으로 엄청 붐비는 바르셀로나 매장과 달리 발렌시아 매장은 한적했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 언니들에게 “쇼핑은 발렌시아!” 라 외쳤다



비르헨 광장의 야경




발렌시아니깐. 빠에야도 먹었다. (빠에야는 발렌시아 지역, 엘팔마르가 원조다) 10명을 데려가면 10명 다 만족하는 백전백승 레스토랑. 빠에야만 먹어도 양이 제법 되어서 남으면 싸갈까 고민하는데 Y가 새우도 먹어 보고 싶다고 한다. ‘에이 빠에야 남으면 싸가지 뭐-‘하는 마음으로 새우도 시켰는데 이게 웬 걸. 안 시키면 큰 일 날 뻔했다. 탱글탱글한 식감이, 소스와의 조화로운 맛이, 그저 예술이다. 빠에야도 언제나처럼 맛있었다. 늘 겨우 다 먹거나 조금 남겼었는데 새우요리 애피타이저를 먹고 입맛이 평소의 200%까지 끌어올려진 덕분에 빠에야도 다 먹었다





하몽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저녁에는 하몽을 먹을  있는 bar부터 들렀다. 아직 배가   꺼진 터라 타파스 사이즈의 하몽이 있을지 둘러보는데,  위에 하몽이 조금 올려져 나오는 메뉴가 있다. 하몽 바게트  개와 음료를 주문하고 먼저 나온 맥주를 홀짝이며 수다를 떨고 있으니  먹을  나왔다.   물어보니 하몽 향이  좋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Y 쳐다보니 그녀는 그저 이걸 바라보고만 있다


배불러서  먹겠어?”

아니 그게....”


평소 선지는 물론이요 곱창, 막창 등의 음식은 입에도  대는지라 하몽이 먹고 싶지 않다는 . .... 나는 나열한  음식들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이대로 마지막 저녁을 그냥 보내기에는 아쉽고,  시간 뒤에는 배가 고파져 잠에 들지 못할  같아 근처에 있는 베지터리언 타파스 바로 갔다. 스위스에서  친구가 알려준 맛집으로  곳은 음식도 와인도 가격도 착하고 맛도 좋다. 저번에 먹은 라자냐가 인상적으로 맛있었는데 오늘은 메뉴판에 보이지 않는다


“Musaka... 저건 뭐지?”


메뉴판에 꼬부랑글씨로 써진 단어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가 모르는 단어에서 눈길이 멈췄다. 주인분께 물어보니 터키식 라자냐라고 한다. 무사카와 와인을 주문했다.  맛이 어땠냐고? 배가 고프지 않다던 Y 무사카  그릇을 쓱삭 비우고는  접시를 아쉬운  바라봤다. “ 그릇  시켜줄까?”라는 질문에 발그레 웃으며 “그래도 돼요? 언니 이거 진짜 너무너무 맛있는  같아요. 식당에서 같은 메뉴   시키는  처음이에요라고 답한 정도면   하지 않았는가



다음 


아침에 어학원을 갔다가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Y 숙소로 뛰어갔다. 오늘은 Y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발렌시아 버스터미널에서 바르셀로나로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혼자   있다고  번이나 당차게 예기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손님을 이대로 보내기에는 내가 아쉽고 조금 불안하다. 발렌시아는 바르셀로나만큼 영어가  통하지도 않고 말이다


숙소 건물에 도착하니 Y 자기 몸만한 캐리어를 끙끙대며 가지고 나왔다.  봐도 이건 수화물 기준 무게를 초과할  같다. , 그만큼  여행은 Y에게 알차게 채워진 여행인 거겠지. 택시를 잡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도착했을  이미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이 다시 시작할 시간이었지만 Y 가는 길을 보는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비둘기가 실내에 들어와 활개를 치는 발렌시아 버스 정류장의 풍경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Y 커피를 홀짝였다. 손에는 택시에서 쥐어준 작은 편지가 들려 있었다. 편지 앞에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Y 그렸다. 언제나 그녀가 이렇게 웃는 얼굴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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