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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SJ Apr 04. 2020

축제가 끝났고, 친구가 왔다

라스 파야스 축제 후 진정시킨 마음이 다시 부풀어



친구의 블로그에 ‘1년 전 오늘’의 이야기라며 우리의 일 년 전 여행을 회상하는 글을 올라왔다


2019년 3월 말, 친구 H가 스페인에 놀러 왔다. 오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한 달간 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여행이었다. 사실 친구의 여행은 스페인만 예정되어 있었는데 내가 4월 초에 이탈리아를 간다고 하니 자연스레 친구의 여정도 바뀌었다


라스 파야스 축제와 친구와 여행의 사이, 들떠있던 며칠간의 일상 기록




아무튼 스페인어



축제는 끝났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아무튼 나는 스페인에 살려고 여기에 온 거고, 언어는 여기서 생존하기 위한 기본 중 기본이니 붙잡고 해야 한다. 어느덧 스페인에 온지도 1년이 다 되어가니 이 시점에서 문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 발목을 잡는 건 ‘어휘’. 영어에서도 발목을 잡는 그것이 기어코 스페인까지 쫓아왔다


20대, 영어 공부를 할 때도 “단어 참 안 외워진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20대 때의 암기력이 부러울 뿐이다. 외워도 까먹고 또 까먹는 단어들을 손등에 적고 도서관에서 집에 가는 길 중간중간 한 번씩 읊어주면 그중 몇 개는 다행히 머릿속에 남는다




잘 먹고 산다
호박전과 시금치 된장국
남은 시금치로 나물 무침. 콩나물은 두가지 맛으로
너무 요리하기 귀찮은 날에는 3분 요리



축제 기간 동안은 친구들과 놀러 다니면서 생각보다 지출이 조금 더 있었고 곧 친구와 여행을 다니면 필시 평소보다 돈이 많이 나갈 참이었다. 그러니 이 일상의 나날에라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 메야한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먹을 나는 아니다. 비록 한 끼를 먹을 때 반찬을 두 가지 정도밖에 곁들여 먹지 않는 나지만, 그래도 하루 세끼를 놓치지 않고 챙겨 먹는 나이다. 그것도 한식으로 참 잘 챙겨 먹는 사람이다. 오랜만에 비오 마트와 중국 마트에 가서 나물을 사다가 해 먹었다. 앞으로 2-3일간 반찬 걱정은 없다



친구 집에서 작은 파티




미아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날. 혼자 간단하게 한식을 만들어 먹다가, 미아네 집에 가면 여러 명이 모여서 다양한 한식 요리를 먹어 평소의 내 식탁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가족들과 같이 살지 않고 혼자 있는-플랫 메이트들과 함께 살기는 하지만 다들 다른 나라 사람이고 식사도 각자 하니- 내가 걱정되는지 언니들은 크게 상 차려 먹을 때는 늘 나를 부르고 집에 돌아갈 때는 반찬까지 싸준다. 맛있는 식사도 좋지만 그녀들의 따뜻한 말과 마음은 더욱 고마운 밤이다




어서 와 스페인은 처음이지?



친구 H는 ‘유럽여행’은 해보지 않았다.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하고 유럽여행을 가고 인턴을 할 때, 그녀는 빠르게 학업을 마무리하고 바로 취업했다. 그렇게 취업한 회사에 10여 년을 근무하면서도 유럽여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일의 성격상 여러 국가에 몇 개월씩 거주하며 일을 하던 친구였다


그럼에도 스페인은 처음이었다. 첫 유럽여행 이후로 줄기차게 ‘스페인 예찬론’을 펼치는 친구가 옆에 있었는데도 이제야 오다니! 어쩌면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이 친구는 내가 언젠가 스페인으로 갈 것을 예상하고 그때를 기다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울과 봄 사이의 바르셀로나. 보른지구의 골목을 도는 순간 친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H!!!”

방!!!”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숙소에 들어갔다. 거진 반년만에 만난 건데도 친한 친구와의 만남은 마치 우리가 며칠 전에 만난 것처럼 어색함이 1도 없다. 그래도 수다거리는 엄청 쌓여서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얘기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은 H가 맛있는 베이커리를 알아두었다며 길 안내를 했다. 익숙한 골목길이었고 나는 어디를 갈지 미리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주문한 빵들은 예전에 방문했을 때 먹어보지 않은 것들이었는데, 어찌나 저찌나 맛있던지! 어쩌면 나의 친한 친구와 함께 한 시간이었기에 더욱 맛있게 느껴진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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