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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Sep 30. 2022

길들여진

가위질에 집중하던 미용실 원장님이 앞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내 앞에 선다.

그리고는 툭툭 능숙한 손길로 앞머리를 만져본다. 


"앞머리 가르마 방향 바꿔야겠네. 여기 숱이 점점 비네."

그 말에 거울 속 얼굴에 집중해본다.

숱이 적어진 앞머리가, 어정쩡한 가르마가 초라하다.

과감하게 가르마의 방향을 바꾸는 원장님의 손길에 초라한 가르마가 흔적도 없이 덮인다.

새로이 길을 낸 가르마 근처엔 숱도 많고 힘을 받아 빵빵한 머리칼이 덥수룩하다.

싱싱해 보인다.

그런데 어색하다.

이미 초라함에 길들여진 내 눈에 그 풍성함은 못마땅하다.


머리 손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치킨집 유리창에 희미하게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내 손은 초라한 가르마 길을 더듬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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