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썰

불면을 처리하는 다른 방식

by 리릭

잠의 때를 놓치면, 불면의 나락(奈落)이 시작된다.


묘하게 관자놀이를 감싸는 두통과, 너무 멍해서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는 두뇌, TV화면에서 번쩍이는 불빛 그리고 자꾸 열게 되는 휴대폰의 불빛, 이 모든 것이 환장의 조합으로 전신을 괴롭게 만든다.


그런데 TV도 휴대폰도 끄기 겁이 난다.

끄는 순간 까만 어둠과, 적막한 고요가 생각이란 놈을 끄집어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환한 햇살에서 밝은 곳을 바라보면 시야를 어지럽히던 비문증이 어둠 속 감은 눈 속에서 느껴진다.

까슬거리고 울렁거리는 무언가가 감은 눈 밖에서 어른거린다.

잠도 안 오는 주제에 눈은 왜 감냐고 시비를 건다.


오른쪽으로 누운 몸이 못 견디게 불편해지면 왼쪽으로 돌아 눕는다.

매트리스와 찰싹 붙은 몸 아래 바닥이 전기장판을 켠 거 마냥 뜨끈해진다.

그러면 난 사정없이 불쾌하고 힘든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몸을 뒤집는다.


프라이팬 위의 전처럼 이리저리 뒤집던 몸을 벌떡 일으킨다.

엉덩이를 붙이고 자던 강아지가 부스스 고개를 들고 쳐다보다 크게 하품을 하며 끄응 소리를 낸다.

부르르 떨며 기지개를 켜던 강아지는 조금 더 큰 끄응 소리를 낸다.

끄응하는 귀여움에 잠시 불쾌감을 잊고 까만 털이 덮인 등에 코를 묻고 꼬숨한 냄새를 들이켠다.

그제야 잠깐 잊히는 괴로운 심신.

터덜터덜 걸어 가 까맣고 촉촉한 코로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멍하니 본다.

킁킁 냄새를 맡아가며 동서남북 방향을 찾다 맘에 드는 방향을 찾은 강아지가 뒷다리를 구부려 시원하게 볼일을 본다.

그게 너무 귀여워 크윽 만족의 추임새를 낸다.


슬그머니 곁에 돌아와 한숨 크게 쉬고 다시 수면 모드에 들어간 강아지의 순식간이 너무 부럽다.

불을 끄고 곁에 눕지만, 여전히 멍할 뿐 잘 수 없다.

견디다 못한 몸이 결국 정신 차리기를 택한다.

주말 내내 감지 않은 머리와 씻지 않은 몸을 처리하기로 한다.


싸고,

씻고,

입고,

바르고,

먹고,


너무나 이른 출근 준비가 완성됐다.


평시 같으면 조금 누워야겠다 했을 텐데, 오늘 난 두터운 겉옷과 목도리를 걸치고 가방을 메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이게 오늘의 내가 불면을 처리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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