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다래끼가 난 지 2주째.
피고름을 두 번이나 빼내는 시술을 받았고 소염제를 거르지 않고 먹고 있지만 불룩 솟은 다래끼는 몸집을 줄일 뿐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염제 섭취 때문에 정신의학과에서 받아 온 약을 2주째 먹지 못하고 있다. 혼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염려되어 ChatGPT라는 녀석에게 문의하니 주의를 요하는 약물들이라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최근 급작스레 높아진 혈압 때문에 고혈압 약도 처방받아먹고 있고, 더 앞서 소화력이 떨어진 위장 때문에 내과에서 위염약과 소화제를 장복하고 있었으며, 대장력 또한 좋지 않아 변비역과 관장약의 도움을 받기 일쑤다.
요즘의 나는 질병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듯하다.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이라고 해야 할까.
그 시절의 나는 몸이 아프다고 느끼는 증상이 발현되고 약을 먹으면, 빠르면 한 번, 늦어도 하루 이틀 만에 말짱! 해지곤 했다. 하여 3일 치, 7일 치 타 온 남은 약들을 폐기처분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어떤 질환이든 약을 먹어도 차도가 선명하지 않다.
다른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바꿔도 마찬가지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병증에 당황을 넘어 조바심이 난다.
전과 달리 더딘 회복에 우울해진다.
정신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지 못하다 보니 불면증이 찾아와 이틀을 꼬박 자지 못하고 일을 한지 삼일째 되던 날 퇴근 후, 나는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 녀석의 곁에 누웠다. 거실에 약하게 틀어놓은 에어컨의 찬 기운이 방안으로 솔솔 스며들어왔다. 서서히 아득해지는 정신에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왜, 멍청하게 그러고 있어?"
게임을 하던 아들이 얼굴을 드밀고 웃었다.
"그냥."
그냥이었다.
그냥 그렇게 있고 싶었다.
"피자 먹을까?"
아들은 피자 쿠폰이 있다며 재빠르게 피자를 시켰다.
피자는 제법 빠르게 배달되었다.
배달된 피자를 식탁 위에 펼쳐두자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피자 냄새가 나의 감각을 일깨웠을까.
멍하던 정신이 바짝 돌아오며 배가 고파졌다.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허나 극심한 소화불량에 약을 때려 붓고 있던 터라 피자를 먹는 게 몹시 망설여졌다. 더부룩한 위의 상태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극된 식욕이 행동을 부추겼고 나는 피자 조각에 손을 뻗었다.
맛난 피자 두 조각과 아들이 듬뿍 따라 준 콜라로 저녁식사를 즐겼다.
천천히, 음미하며 즐겼다.
식사 후 나란히 앉아 재미난 유튜브 영상을 봤다.
깔깔 웃고 대화하며 즐겼다.
아들은 마그네슘이랑 오메가 3을 물과 함께 챙겨주며 말했다.
"마그네슘 먹으면 잠이 잘 온대."
그날 나는 소화불량을 겪지 않았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아플 때
힘들 때
병원 치료도 약물 섭취도 필요하지만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생기를 되찾는 것이었음을 선명히 깨닫는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