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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삼이와 데븐이 Jan 30. 2023

여행은 민낯을 드러낸다_베트남 호치민4

여행을 정리하며

여행을 정리하며→


여행은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다. 

떠나본 적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세상은 이방인에게 관심 많고 관대하다. 


20대 초반부터 해외 경험이 다수였던 나는 그 관심과 관대함을 누리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늘 완벽함을 추구했던 한국에서 벗어나 모자라도 되는 해외에서 나만의 자유를 찾는 것이다. 

여행의 이유가 그렇게 멋있지는 않지만 꾸며내기 보단 솔직하게 쓰고 민낯을 드러내겠다. 관심받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아무리 발버둥치고 소리쳐봤자 관심가져주는 이가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존재 자체가 특별해져 버리는 느낌이 좋았다. 부끄럽지만 전형적인 자존감 낮은 타입의 인물이 바로 나다. 


여행 출발 전에 여행에 거창한 이유를 부여하려했지만, 결국 여행 끝에 나는 나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공통의 목적(살사)으로 모인 사람들 틈에서 소외당하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 여행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었다. 낯선 이의 관심을 구걸하는 것이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존감이 낮아질대로 낮아진 상태에서는 그 관심조차 필요했었구나 싶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번 호치민 여행은 자존감이 회복된 여행이기도 했다. 

호치민과 푸꾸옥에서 숱한 외국인들을 만났고, 그들은 내게 한국에서의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짧은 영어로 직업에 대해 소개를 하다보니 오히려 내가 하는 일들이 명료해진 기분이었다. 한국에서는 나에대해 설명하려면 최소 3박4일을 잡고 얘기해야했지만, 부족한 영어실력 덕에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하다보니 내 현 상황에 대해 두괄식으로 간단명료하게 정리되며 말이 술술 나왔다. 나에대해 명확해진 기분이었다.

 

여행 전에는 직업이 많았기에 정체성에 혼란이 올 때가 많았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등 어렵게 생각하다보니 어떤 것에도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직업과 관련된 복잡한 생각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어디에도 머무르기 싫었던 생각의 섬이었는데, 여행 후에는 그 섬들이 곧 나를 이루고 있는 자산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 해외여행에서는 더욱 당당하게 내 소개를 때려박고 돌아오리라. 여행에서 돌아와서 내 일에 더욱 열의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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