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 (나카야마 시치리)를 읽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소설.
읽기 전에는 그저 잔인한 내용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내용이겠거니 하고 읽었다.
책의 도입부도 다른 추리소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장애인이 등장한다는 점.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일가족이 살해당한 오마에자키 교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의 후반부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 결국 예상치 못한 범인이 잡히며 소름 돋게 한다.
이 책은 일본 형법 39조(“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또한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감형한다”)의 허점을 꼬집으며 결말이 이어진다.
살인을 저질렀지만 형법 39조에 의거해 감형이 된 범죄자.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유가족들.
그 복수심이 낳는 새로운 범죄. 그리고 돌아오는 칼날.
소설은 살인장면이나 시체의 모습 등을 꽤 적나라하면서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장애인 인권문제, 인식개선 문제에 대해
주야장천 외치고 다녔지만 책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던 내 이중성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던 나는
장애인 인식개선자격증도 취득하면서 아주 열심히까진 아니더라도 기사가 있으면 간간히 읽고,
유튜브의 콘텐츠도 자주 챙겨봤다.
독서스터디에서도 매번 장애인과 관련한 주제가 나올 때마다 마치 지식과 생각을 자랑하듯 쏟아냈다.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는 그렇게 생각을 털어내고 나서 한 스터디원에게 추천받은 책이었다.
정신지체 장애인을 이용한 연쇄살인,
우범자 명단을 내놓으라며 분노에 사로잡혀 경찰청에서 폭동을 부리는 시민들.
'나라면 저러지 않았을까' 다음 타깃이 나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성이 통하지 않는 범죄자가 자연스럽게 사람들 틈에 섞여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잡아먹히지 않았을까.
장애인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지만 정작 내 일이 아니었기에 지나치게 긍정적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심신미약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일본 형법 39조 역시
심신미약자, 즉 장애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 담긴 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법이 존재한다. 심신장애를 감형한다는 내용의 형법 제10조.
우리나라의 법들이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받아 일본과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술을 많이 마셨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은 조두순 사건 때 특히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조두순과 장애인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 이지만)
어린아이를 무참하게 성폭행하고 인격적으로 짓밟은 조두순이 출소를 앞둘 때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 심신미약자 보호반대 등 사건과 관련한 주장들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장애인 범죄시 감형을 해야 할까.
현재 내 답은 NO에 가깝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했다.
법정 앞에 섰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이고,
장애인이라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처벌에 대한 방식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장애인에겐 어떤 처벌이 적당한 것이며, 어떻게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두려움의 대상일까, 누구나 예비장애인이다. 이것은 틀림없는 팩트다.
그렇다면 누구나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엔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모호하게 묘사해 놓는 부분이 존재한다.
경찰서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시민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눈이 풀리고 초점이 없다.
또한 어떤 이는 옆에서 떨고 있는 여경을 향해 돌진하며 성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 상황은 말 그대로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정상인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정상이 아닌것인지는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이들이 정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추리소설이지만 사회전반에 묵직한 메시지들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