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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삼이와 데븐이 Mar 02. 2023

백 엔, 천 원 그 닳고 닳은 성실함

영화 <백엔의 사랑>의 격렬한 위로 (feat. 책 <천원을 경영하라>)

영화 <백 엔의 사랑> 타케 마사하루 감독, 안도사쿠라 주연,   

영화를 한 줄 요약하자면 성질 더럽고 본가에 얹혀사는 한심한 32살 백수 이치코가 

복싱을 통해 삶의 의지를 갖게 되면서 변화하게 되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영화 초반, 한심스러운 주인공을 보며 '아, 저렇게 사는 인간도 있겠구나 나는 아직 괜찮은 거구나'하면서 

우월감에 휩싸여 영화 감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한 남자를 계기로 복싱을 배우게 되고 

복싱을 통해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며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주인공은 열심히 싸운 후 상대와 수고했다며 서로 등 두들겨주는 것이 좋아 복싱을 배우게 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복싱경기 장면에서는

링 위에서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쓰러뜨리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숨이 턱끝까지 찼어도 레프트 훅을 뻗어 보겠다는 주인공의 의지를 보여준다. 


상대에게 죽도록 맞고서 경기 후 

상대를 감싸 안으며 연신 감사하다며 말하는 주인공을 보고 삶의 태도를 배운다. 

영화의 주인공 이치코(안도 사쿠라)_안도 사쿠라의 명연기도 감상포인트다


"최선을 다하되 졌어도 상대를 탓하지 않는다. 

레프트 훅을 날려봤고 그럼에도 졌다면 상대가 강했고 나는 아직 갈길이 있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다. 슬퍼하고 맛있는 걸 먹고 털어내자"

이것이 영화를 다 본 후 느꼈던 감상평이다.


시합 후 피투성인 주인공의 얼굴은 김태희, 전지현보다 아름다웠다. 

피투성이에 퉁퉁 부은 얼굴이지만, 

치열하게 싸웠고 후회 없기에 마지막에 짓는 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다. 


그간 결과로만 성패를 말해왔던 나였지만 

영화를 본 후 과정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삶은 원래 누구나 아프다. 

그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인생 영화였다.

권투를 통해 변화하는 주인공의 몸과 눈빛의 변화도 감상포인트 2


왜 권투였을까?

그녀는 인생을 불태우기 위한 수단으로 왜 권투를 선택했을까?

복싱을 하는 이치코의 눈빛에는 인간 본연의 솔직함이 드러난다. 

예쁘지 않은 여성으로서 받은 시련 그것에 대한 복수 그런 하찮은 것들이 담긴 눈빛이 아니다. 

그녀가 권투를 배우는 이유는

호텔에 가기 싫다던 그녀의 복부를 강타하여 기절시키고 

첫 순정을 짓밟은 홀아비의 주먹을 이겨보기 위해서도 아니고, 

한심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세상을 이겨보고자 함도 아니었을 것이다.

카노의 권투 시합에서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죽자고 싸우던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후 

서로에게 다가가 상대의 등을 두드려주던 바로 그 지점이었다. 

잘 싸웠다고 등을 두드려주던 그 '위로'를 이치코는 '권투'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다. 


카노와의 사랑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거절당하지 않을 거 같아서'라며 그녀에게 접근했던 카노. 

그런 그가 갈 곳 없이 술에 취해 오바이트를 하며 나동그라졌을 때, 

기꺼이 이치코는 그를 집에 들인다. 

결국 카노에게도 버림받지만, 그녀는 그 연애에도 치열하게 임했다. 

그리고 치열한 경기(연애) 후 얻을 수 있는 등두드림의 위로를 찾고자 권투 도장을 향한다. 


왜 백 엔일까?

일당이 높단 이유로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치코. 

그곳에서 그녀는 서른 줄이 되도록 백수로 지냈던 그녀 못지않은 '루저' 인생들과 조우한다. 

깔끔하게 일처리를 해내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는 점장, 

마흔 넘은 홀아비로 쉴 새 없이 치근덕거리다 결국 치한이 되어버린 동료, 

한때 이곳에서 일했지만 계산대의 돈을 쓱싹하다 잘려 이

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의 단골이 된 노숙자 여사님, 

그리고 권투를 한답시고 늘 바나나만 사들고 가는 무뚝뚝한 카노 등. 

그런 시시콜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찬 세상이며 그녀는 그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천 원을 경영하라(박정부 著)를 읽었다. 

다이소 전 회장의 창업신화를 다룬 책은 천 원을 경영해야 3조를 경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카피를 달고 내 흥미를 유발했다.

박정부 전 회장은 다이소의 핵심가치인 천 원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천 원은 다른 지폐에 비해 많이 사용하다 보니 너덜너덜하다.... 이래저래 몸으로 때우며 험한 꼴도 많이 본 지폐다. 마치 굳은살이 박이고 손일 많이 하신 우리 어머니의 주름진 손 같다. 그래서 나는 천 원을 좋아한다. 천 원이야 말로 성실함이 무엇인지, 땀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 <천 원을 경영하라> 中

그렇기에 서민들의 천 원을 허투루 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영화 <백 엔의 사랑>에서 백 엔이 의미하는 바도 비슷한 의미이지 않을까 유추해 본다.

백 엔은 작은 돈의 단위이지만, 가장 활발하게 통용되는 일본의 동전이다. 

성실하게 닳고 닳은 백 엔의 가치를 영화는 담아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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