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의 지역 자산(토마토, 도자기, 흙)과 예술 프로젝트의 출발
토(土)맛토마토 창작일기 ①
경기 광주는 한편으로는 낯설고, 또 한편으로는 아주 익숙한 풍경을 품은 도시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도시의 정형화된 감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손의 기억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곳이다.
이번 《토(土)맛토마토》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바로 이 광주가 지닌 감각의 질감에서 시작되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깔리는 들판, 거친 땅의 냄새, 맨손으로 흙을 만지는 도예가의 손길,
그리고 시장에서 만난 단단하고 윤기 흐르는 광주산 토마토.
우리는 이 세 가지 – 흙, 토마토, 그리고 도자기 – 를 단순한 지역 자원으로 보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무엇인가를 만드는 '재료'가 아닌, 이야기를 품고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였다.
광주에는 여전히 흙을 손으로 만지는 사람들이 많다.
곤지암, 초월, 양벌동 등지를 걸으면 작은 도자기 공방들이 도시와 산 사이에 숨 쉬듯 존재한다.
흙은 여전히 광주 사람들의 손끝에서 형태가 되고, 그릇이 되고, 삶이 된다.
《토맛토마토》의 도예 장면은 광주의 흙에서 시작되었다.
그저 장식품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을 담는 집.
주인공 마야가 반려 토마토 ‘톰’을 위해 도자기 집을 만들어주는 장면은,
광주에서 오래 이어져 온 도자 문화의 현대적 해석이기도 하다.
광주는 또 다른 대표 작물인 토마토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퇴촌 토마토’는 특유의 단단한 과육과 신선함이 살아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 토마토는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그것이 감정의 오브제였다.
이국적인 배경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여성 주인공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꺼내든 붉은 토마토 한 알.
그 위에 웃는 얼굴을 그려 넣고, 그 이름을 '톰'이라 부르는 순간,
토마토는 더 이상 음식이 아니라 ‘감정의 친구’가 된다.
사람은 가끔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사물에 투영하고, 그 사물이 곧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한 기술로 승부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대신 아주 작고 사적인 감정들을 지역의 재료와 공간, 그리고 사람들을 통해 풀어냈다.
그래서 광주는 단지 ‘배경’이 아닌 예술의 본질이 시작되는 장소가 되었다.
흙을 만지는 손, 토마토를 요리하는 장면,
도자기에 묻은 물기와 마야의 시선,
그리고 들판에 심겨지는 작은 생명 하나.
이 모든 것이, 광주라는 도시가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과 장소의 감각이었다.
‘토(土)맛토마토’는 그렇게 광주의 흙과 토마토에서 시작되었다.
손으로 빚은 감정, 땅에서 자라난 사랑,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이야기.
이 글은 그 여정의 첫 장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흙 위에 감정을 빚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