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고향의 그리움과 요리, 감정의 연결
▼▼▼Tom&Fields 1편 감상하기 ▼▼▼
https://youtu.be/gl611k-vFZ4?si=ayCTjpgX7F7fSqPs
토(土)맛토마토 창작일기 ②
"향수는 멀리 있는 것에서 오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내 주방 한켠에서 피어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토맛토마토》의 첫 장면은 그렇게 시작된다.
한국으로 유학 온 한 외국인 여성, 마야가 부엌에서 토마토 요리를 하며
무심코 떠오른 할머니의 고웅키(폴란드식 양배추 토마토 롤)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
그때 화면은 붉고 따뜻한 소스, 조용한 칼질, 손끝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이 장면은 단지 음식 만드는 영상이 아니다.
감정이 요리를 타고 올라오는 순간, 관객은 ‘향수’라는 단어의 무게를 자연스레 체감하게 된다.
우리 모두는 익숙한 냄새나 맛에 마음이 울컥했던 경험이 있다.
냄비 속에서 끓는 토마토 소스는, 마야에게 어린 시절의 부엌과
할머니의 손,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던 사랑을 데려다 준다.
향수는 때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 남아 있는 맛으로 다가온다.
그 맛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그래서 더 깊고, 더 생생하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실제 폴란드 요리법을 참고해 마야의 대사를 썼다.
그녀는 말한다.
“고향에 있을 땐 요리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 오고 나서,
자연스레 손에 익게 되었다.”
그건 단순한 서사 장치가 아니라, 이방인의 생존 본능이며 동시에 치유의 행위였다.
마야는 그렇게, 토마토에 얼굴을 그려 넣는다.
웃고 있는 작은 표정을 펜으로 그려 넣은 뒤,
그 아이에게 ‘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건 귀엽다’라고 웃게 만들면서도,
이방인으로서 느꼈을 그녀의 고립감, 외로움, 그리움을 절절히 전달한다.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왜 사람은 말 못하는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감정을 나누려 하는가?
그건 단지 장난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고 싶은 내밀한 시도일지도 모른다.
톰은 그저 남겨진 토마토 한 알이지만,
마야에게는 자신의 존재와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그의 얼굴에 스마일을 그리는 행위는, 자신에게 “괜찮아, 웃어도 돼”라고 말해주는 방식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이 모든 장면이 광주라는 도시 안에서 펼쳐졌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광주는 ‘토마토’의 도시이고,
이번 촬영에서도 퇴촌과 곤지암 일대의 토마토를 재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토마토는 ‘광주의 농산물’이라는 기능적 위치를 벗어나,
하나의 감정적 언어로 변모했다.
이방인이 타지에서 만든 요리, 그 안에 담긴 고향,
그리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정의 힘.
《토맛토마토》의 요리 장면은 그렇게 감정의 은유가 된다.
마야가 토마토를 껍질 벗기고, 썰고, 삶고, 담는 장면마다
그녀가 겪어온 수많은 이방의 순간들이 녹아든다.
광주는 그 기억들을 조용히 품어주는 공간이 된다.
화려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묵직하게.
1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야는
요리를 끝내고 남은 토마토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그 위에 웃는 얼굴을 그리고, 작게 미소 짓는다.
그 순간, 우리는 안다.
이 이야기는 단지 한 여자의 유학일기나 자전적 서사가 아니다.
누구나 경험한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예술적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