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눈으로 걷는 광주 – 들판, 공방, 시장에서

장소 답사기 + 공간이 서사가 되는 이야기

by 영삼이와 데븐이


▼▼▼Tom&Fields 2편 감상하기 ▼▼▼

https://youtu.be/zkG4Rju5e2Q?si=fSNtva_myYRoZ-W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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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눈으로 걷는 광주 – 들판, 공방, 시장에서 찾은 장면들


토(土)맛토마토 창작일기 ③

우리는 처음부터 그 공간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토(土)맛토마토》 속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들판.
주인공이 토마토를 들고 걸어가고, 바람에 머리가 살짝 흔들리고,
빛이 흐르듯 내려앉는 그 장면은 오랜 시간과 수많은 발걸음 끝에 얻어진 한 컷이었다.

프로젝트 초반, 카메라 감독님과 나는 광주 곳곳을 걸었다.
자동차로, 도보로, 때로는 우연히 옆길로 빠지기도 하면서.
우리가 찾고 있던 건 단순히 ‘예쁜 곳’이 아니었다.
말하지 않아도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는 풍경이었다.

광주의 자연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솔직했다.
한쪽은 여전히 도시로 개발 중이고,
또 한쪽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더 생기 넘치게 살아 있었다.
우리는 그런 생생한 감각을 담고 싶었다.
결국, 오랜 답사 끝에 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말이 없고 조용했지만, 어딘가 마야의 마음을 받아줄 것만 같은 들판.
촬영 날, 바람이 불었고, 우리는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곳은, 주인공이 사랑을 해방하는 마지막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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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은 전통보다 ‘마음의 언어’로 열려 있었다

도자기 장면은 또 다른 고민이었다.
흙을 만지는 예술은 언제나 촬영하기에 아름답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분위기의 공방보다는,
마야처럼 외국인도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곳,
언어가 다르고 문화를 몰라도 웃으며 함께 흙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운 좋게도 우리는 그런 공방을 만났다.
도예가는 자신이 만든 도자기를 보여주며,
마야의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설명을 건넸고,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대답해주었다.

그 따뜻함은 화면 너머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카메라는 도자기를 만드는 손보다, 그 손을 바라보는 시선과 공기를 더 오래 담았다.
그 공간은 작업장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집을 짓는 마음의 현장이었다.

마야가 ‘톰’을 위한 도자기 집을 만들며 흙을 만지던 장면은,
그래서 더욱 조용하고 감정적이었다.
그녀의 손과 흙, 그리고 그 위를 흐르는 감정은,
편안한 공간이 있었기에 온전히 드러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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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그 낯섦과 따뜻함 사이

광주는 이 프로젝트의 배경이자 중심이었다.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한 날, 마야는 말했다.
“이곳의 공기가 조금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해요.”

아마도 광주가 가진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도시와 시골, 전통과 현대, 고요함과 생기…
이 모든 것이 나란히 존재하는 공간.
그 안에서 마야는 낯선 언어와 감정을 조금씩 배워갔고,
우리는 그 과정을 서사의 흐름으로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거기까지 가셨어요?”였다.
촬영 전후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가보고, 걷고, 빛을 보고, 다시 돌아서고, 또 가보고…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마야의 이야기가 ‘그 장소’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공간이 이야기를 품어주는 순간

《토맛토마토》는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이야기가 아니다.
길 위에서, 흙 위에서, 볕이 드는 창가에서
광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담아낸 이야기이다.

공간은 그저 배경이 아니었다.
카메라와 사람의 시선이 닿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삶과 감정의 흔적이자, 이방인의 마음을 조용히 받아주는 친구였다.

광주는 그런 공간이었다.
우리를 거절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작품 속에 들어와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마야와 함께
잠시 뿌리를 내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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