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뿌리내릴 수 있을까

토마토를 돌보는 행위로 시작된 감정의 ‘정착’ 이야기

by 영삼이와 데븐이


▼▼▼Tom&Fields 3편 감상하기 ▼▼▼

https://youtu.be/fecFZxWnQ2g?si=Zqwt1G1U2gALAnQ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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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뿌리내릴 수 있을까 – 광주에서 시작된 작은 정착

토(土)맛토마토 창작일기 ④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뿌리내릴 곳을 찾는다.
그건 지리적인 장소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곁일 수도 있다.
혹은, 스스로에게조차 물을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괜찮을까?"

《토맛토마토》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마야는 외국인 유학생이다.
언어가 낯설고, 풍경이 낯설고, 감정 표현조차 조금은 조심스러운 채로
광주라는 도시에 천천히 적응해간다.
그녀는 외로움을 토마토 하나에 담아 '톰'이라 이름 붙이고,
그와 함께 밥을 먹고, TV를 보고, 말을 건넨다.

그렇게 쌓인 애정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형태로 자라난다.
마야는 스스로 도자기를 빚어, 작은 토마토를 위한 집을 만든다.
흙을 만지고, 형태를 잡고, 가장 부드러운 쉼터를 상상하며
토마토의 ‘안식처’를 마련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 토마토를 자연 속으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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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이별, 말 없는 시작

들판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햇살을 받고 있었고, 바람이 뺨을 스쳐갔다.

마야는 손에 들고 있던 도자기 화분을 내려놓는다.
작은 삽으로 흙을 파고, 그 안에 토마토를 심는다.
아무 대사도 없이,
그저 한 사람의 표정과 손끝, 주변의 공기만이 감정을 대신한다.

하지만 그 장면은 말보다 깊은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사랑은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를 다독이듯 읊조리는 이 내레이션은,
관객에게도 뭔가를 놓아줄 용기를 전해준다.

우리는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였다.
빛이 좋기를 기다리고, 바람이 적당히 불기를 기다리고,
무엇보다 마야의 마음이 준비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그녀가 들판 한가운데 무릎을 꿇었을 때,
우리는 알았다.
이 장면은 이별의 이야기인 동시에,
정착의 이야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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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라는 땅, 그리고 뿌리

광주는 마야에게 타지였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도달한 그 들판은
더 이상 ‘남의 땅’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곳에 토마토를 심으며, 조용히 자신을 심기도 했다.

마야가 고백한다.
“이곳의 자연을 보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도시의 소음이 닿지 않는 곳,
거칠고 투박한 흙,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따뜻한 바람.
그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여기서도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된다.
흙을 만지고, 심고, 물을 주는 그 일련의 동작 안에
그녀의 ‘정착의 언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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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정착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토마토를 심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별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장면을 ‘해방’의 순간으로 바라봤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내는 것,
그건 가장 깊은 애정의 방식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순간,
마야는 동시에 자신에게도 한 걸음 다가간다.

그녀가 뿌리내린 것은 광주라는 지명이 아니라,
‘자신이 감정을 허락한 장소’였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곳에서만 정착하지 않는다.
때로는 돌려보냄 속에서 비로소 자라나기 시작하는 감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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