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지며 자연스럽게 컴퓨터와 더 친해진 아들. 학교 수업은 과제 제출이다. 1교시 제시해준 것을 보고 과제 제출을 하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2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과제가 끝나면 그다음 2교시까지는 시간이 남는다. 아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때문에 그대로 유튜브를 튼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2교시를 진행한다. 짧게는 10분의 과제를 끝내고 게임을 접속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마저 보던 유튜브나 게임을 연이어한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흘러가는 상황들.
며칠 전 아들을 불렀다.
- 넌 뭐가 재미있니?
- 재밌는 게 없어.
공부도 재미없고, 세상에 재밌는 게 없단다.
5살 때는 퍼즐에 빠져 300피스 명화 퍼즐도 맞추는 아이였고, 초등 저학년 때는 딱지에 푹 빠져, 하교 후 저녁까지 놀이터에서 동네의 모든 아이들과 딱지 대결을 붙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놀던 아이였다. 초등 고학년 때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며 내가 요리할 때 옆에 와서 이것저것 요리하며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남녀 친구 할 것 없이 두루두루 집에서, 공원에서 재밌게 놀았다. 하지만 중학교를 들어가는 동시에 코로나가 터지며 학교 등교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멈춤이 되었다. 오직 집에서만 몇 개월을 컴퓨터와 놀면서 아이는 점점 더 기계와 친해졌다.
몇 개월 전 큰언니가 아들에 대해 나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큰언니에게는 고1 딸과 중1 아들(나의 아들과 동갑이다) 이 있다.
"애가 재밌는 게 하나도 없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다 재미없대." 한마디로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은 내가 가장 걱정했던 일이다.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 무기력함.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아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아들의 말에 잠시 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꼰대 같지만 일단 네가 지금 하는 게임과 유튜브 방송들이 너무 자극적인 것들이 많기에 다른 것에 재미를 느낄 수가 없는 건 사실이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 밖에는. 그리고 공부가 재밌는 사람은 사실 몇 안 돼.
- 그럼 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재미없는걸 왜 하냐고?
- 사실 엄마도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지금은 네가 하고 싶은 게 없으니까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그 일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데 기본적인 성적이 안되어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못 들어간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아. 만약 그 일이 꼭 대학교를 안 들어가도 상관없는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지. 공부 없이 그냥 기술만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을 네가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난 굳이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등록금으로 오히려 더 많은 걸 할 수 있으니까.
- 근데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영어 싫어했다면서 왜 영어 선생님이 된 거야?
- 영어 진짜 싫어했는데. 취업은 잘 되니까 영문과를 간 거지. 그래서 기본은 해야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학연수를 갔거든. 근데 거기 가서 알았어. 우리나라에서 배웠던 영어는 주입식이었고 재미없게 가르친 거구나라는 걸. 왜 그렇게 가르쳤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영어 선생님이 되었던 거였지. 나는 그렇게 안 가르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하는 동안 정말 좋았어.
- 근데 난 지금은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어. 재밌는 것도 없고.
- 지금은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엄마가 가장 걱정되는 건.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계속 그런 상태일까 봐 걱정이 돼서 말하는 거야. 그리고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배워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을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하지만 엄마가 말하는 다른 것들을 배우려면 그건 너 스스로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런 것에 재미를 느껴야 하거든. 엄마는 네가 재미있는 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생기면 말해줘.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도와줄 테니.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기다리는 게 답일까? 아님 뭔가 이것저것 제시를 해주는 게 좋을까? 솔직히 내가 학생일 때는 성적이 안 나와도 학생이니까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내가 돌이켜 보면 그게 맞는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 시기에 내가 다른 쪽에 시간을 좀 더 할애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기억도 안나는 연도를 줄줄 외우고 있었던 시간이 아까웠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에 투자를 했다면 좋았을 텐테.
다들 알 텐데. 책만 파고들면서,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고, 영어단어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그때와 지금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아~ 바뀐 게 있구나.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것. 내가 중학교 때 배웠던 것을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배운다는 것. 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영어 지문의 길이가 중학교 1학년 문제에 나온다는 것.
엄마로서 고민이고, 어른으로서 고민이다. 무엇이 정답일까? 어느 길로 가도록 인도해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