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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Apr 24. 2020

'나비보벳따우'가 뭐라고.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나비보벳따우 봇보벳띠 ~'를 흥얼거리고 다녔다. 

"엄마 이거 진짜 중독성 있지 않아요?"

아이가 들려주는 노래를 가만 들어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언어가 나왔다.

"이게 뭐야?"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서 나오는 노랜데 그냥 계속 흥얼거리게 돼요."

닌텐도를 하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나비보벳따우 봇보벳띠~"

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음... 중독적이군.

딸은 이 가사가 어느 나라 말일까 궁금해했다. 

"일본 게임이지만 일본어는 아닌 것 같고, 영어도 아니고 스페인어?"

라고 물으며 궁금증을 표현했고 나는 

"그 어떤 나라의 말도 아닌 것 같은데."

라고 했다. 딸은 인터넷에 가사가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다며 분명 어떤 나라의 언어일 거라고 했다.

나는 바로 인터넷으로 접속해 '나비보벳따우 가사'라고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은 있지만 '나비보벳따우'라는 말이 어느 나라 말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동물의 숲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우리 가족들은 내용도 짐작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현실 세계에 있는 언어가 아닌 것 같은데..."

라고 말하니

"아니~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엄마가 모르는 거일수 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나와."

그리고 다시 찾았다. 

"이 노래는 동물의 숲에 나오는 몰티즈 종의 개가 부른 노래니까 그 개가 사용하는 언어인 것 같아."   

아이는 

"그래도 모르는 거잖아요."

"아닌 거 같은데. 엄마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딸은 한동안 뚱해 있었다.

"아니 엄마는 네가 궁금해하니까 정답을 알려주려는 거였는데. 넌 왜 기분이 뚱한 거야? 엄마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거니?"

"엄마는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하잖아요. 나는 그게 다른 나라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한 건데. 엄마가 딱 잘라서 아니라고 말하고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온다고 엄마 말이 맞는 거 같다고 하니까. 다음번에는 내가 그런 생각을 해도 말을 못 하겠어요. 꼭 내 생각이 틀린 것 같아서. 근데 생각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난 내 생각을 말한 건데..."

"그럼 그럴 땐 엄마가 뭐라고 말했으면 좋겠어?"

"그냥. 엄마가 모르는 다른 나라 말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해주면 좋겠어요. 그럼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아프리카어? 하면서 찾아보면서 아니라는 걸 알 수도 있을 텐데. 엄마가 막 찾아서 단정적으로 "아니야"라고 하니까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이상한 것 같아요."

순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니.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 엄마도 모르게 그냥 답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나 봐. 네 생각이 틀린 게 아니야. 찾으니 아무것도 안 나와서 엄마는 뭔가를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동물 세계의 말인 것 같다고 말한 거였어. 엄마도 모르게 어느 순간 너한테 답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옛날엔 안 그랬는데 말이야. 너희가 커가면서 정확한 답을 알려줘야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 미안해. 네 말대로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언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엄마가 말한 동물세계의 언어일 수도 있고. 그지?"

"네."

그제야 딸은 웃었다. 


예전엔 아이의 생각에 정답을 먼저 찾아보지 않았다. 왜 궁금한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나도 추측을 해보았었다. 하지만 아이가 고학년이 되고부터는 답을 찾아서 알려줘야 한다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질문이 들어오면 네이버에 검색을 하거나 네가 검색해봐라고 말했고, 왜 그런 것이 궁금했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평범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절대 그렇게 변하지 않아야지 했었는데. 정답을 내어주는 어른으로 변하고 있었다. 


딸에게 고마웠다. 다시금 일깨워줘서. 정답이 중요한 게 아닌 데 말이다. 동물의 숲 '나비보벳따우'를 부른 몰티즈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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