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둘만의 여행 1

-엄마와의 여행-

by 김화경

익숙하지 않았다. 엄마와는 단둘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어색했다. 집 앞 시장을 다니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는데, 시내를 걸으며 구경을 하거나 옷을 사는 것은 뭔가가 부자연스러운 옷을 입은 듯했다. 해보지 않아서다. 결혼한다고 예물을 사러 돌아다니기 전까지 우린 같이 쇼핑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처음이었다. 엄마와 둘만의 여행. 딸이 학창 시절 글쓰기로 한 번도 받아오지 못한 상을 나이 사십 가까이 되어서 받아온 것이다. 여행 에세이 대상. 상품은 다낭 항공권. 그 소식을 듣고 세상 가장 행복해하셨던 엄마였다.


며칠 뒤 둘째 언니의 전화가 왔다.

“야, 니 그거 엄마랑 가라.”

“엄마랑?”

“어, 엄마 친구들이랑 다낭 가기로 했는데 저번 주에 취소 됐거든. 그래서 얼마나 우울해했는지 니는 모르제?”

“맞나? 근데 내한테는 그런 말도 안 하고. 알았다. 걱정마라.”

나는 바로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내랑 가자. 다낭. 딸이랑 평생 여행도 안 가 봤잖아. 내랑 가라고 취소됐는가 보네.”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딸이 받은 상품이 다낭 항공권이라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그 말을 먼저 하고 싶었을까. 먼저 같이 가자고 해도 되는데...


엄마는 부산에서, 나는 인천에서 따로 출발했다. 우린 새벽에 도착했기에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갔다. 아침 일정을 물어보는 기사님께 바나 힐에 갈 예정이라 말하고 아침에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 숙소에 도착하여 지갑을 꺼냈다. 아뿔싸... 환전을 안 했다. 엄마와 나는 당황했다. 달러를 슬며시 내미니 잔돈이 없다고 하셨다. 이 시간에 어디서 환전을 한단 말인가? 우리가 당황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바나 힐에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 그때 받겠다고 하셨다. 외국인한테? 정말 괜찮겠냐고 재차 확인을 했다. 오히려 기사님께서는 잔돈이 없어 미안하다며 아침에 다시 호텔로 오겠다고 말하시고는 떠나셨다.


대여섯 시간 정도 눈을 붙였을까? 기사님은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계셨다. 우리는 호텔에서 그날 쓸 돈을 환전하고 택시로 갔다.

“Good morning”

상쾌한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바나 힐에 도착하자 내려오기 1시간 전에만 연락을 주면 다시 오겠다고 말씀하시고는 새벽의 못 받은 차비를 받지도 않고 그냥 가셨다. 엄마와 나를 믿어주는 기사님에게 더없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기사님과 헤어지고 우리는 바나 힐 입구로 갔다. 바나 힐에서는 해님이 아닌 비님이 우리를 맞아주셨기에, 여행하기 전 사진으로 보았던 그런 풍광은 볼 수가 없었다. 왜 여행 때마다 나는 비가 오는 것인가. 잠시나마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전통찻집으로 들어갔다. 처마 끝으로 빗방울이 톡톡톡 또르르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에는 옛날이야기가 빠지면 안 되지. 어렸을 적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는 웃음 짓게 만들었고, 어떤 이야기는 목이 메게 만들었다. 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별 수 없다. 그냥 나가자.


유럽의 마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예쁜 건물들과 거리들. 비가 와도 그 아름다움은 비속에 감춰지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상상했던 것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안개에 휩싸여 무엇이 있는지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해야 했다.


슬슬 시간이 다 되어 기사님께 연락을 하고는 밑으로 내려왔다. 역시나 기사님은 30분 먼저 와계셨다. 우리를 호텔에 데려다주시고는 그 전 요금과 함께 계산하여 받으시며 고맙다고 하셨다. 다음날은 호이안이다. 그렇게 다낭의 하루는 해 질 녘 노을과 함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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