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둘만의 여행 2

-엄마와의 여행-

by 김화경

피곤한 눈을 연신 비비며 다음 날을 맞이했다. 기사님과 만날 시간까지 한 시간이 남았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다낭에서 유명한 미케 비치 앞이었다. 우기라서 덥지 않으니 호이안에 가기 전 미케 비치에 가자고 엄마를 꼬드겼다.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이왕 온 거 발이라도 적셔야지 싶어 엄마에게도 들어오라 하니 손을 절레절레 흔드셨다. 미케 비치에 와서 그냥 간다고? 파도는 그럴 수 없다는 듯 엄마의 발가락을 건드리고 도망갔다.

“에이. 모르겠다. 들어갈게.”

엄마는 두 발을 살짝 적셨다. 조금 더, 조금 더, 물은 발목 위까지 올라왔다. 파도는 그것도 모자라다는 듯 엄마의 원피스 끝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처음이었다. 엄마가 소녀처럼 웃는 모습은. 미안했었다. 막내가 항상 걱정만 끼쳐드려서. 다행이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해 드릴 수 있어서. 내 평생 제일 잘 한 일인 것 같다. 파도에게 엄마를 그냥 보내지 않아서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미케 비치에서의 웃음을 그대로 들고 호이안으로 넘어갔다.


숙소에서 조금 쉬고 우리는 호이안 구시가지로 옮겼다. 다낭 여행을 준비하며 베트남 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호이안이겠구나 생각했었기에 기대도 컸다. 가게들은 형형색색의 빛깔로 베트남을 빛내고 있었다. 아오자이를 사기 위해 흥정하는 관광객들. 띠링 띠링 비켜달라는 자전거 소리.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내 눈은 50미터 앞으로 향했다. 수많은 가게와 가게의 지붕들을 이어주는 잔잔한 등불들이 ‘여긴 베트남입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구시가지 옆 야시장 거리는 까만 밤과 잘 어울렸다. 라이브 카페의 노랫소리, 소원 등이 떠있는 투본강.

“베트남에서 여기가 젤 멋있네. 와~ 우리나라도 이렇게 멋있는 데가 있나?”

“엄마~ 그래 좋나?”

“아이고, 니는 그럼 안 좋나? 여기서 살고 싶구먼.”

호이안 야경에 감탄하는 엄마에게 밤의 찰나를 붙잡아 드리고 싶었다. 하나 그 멋진 밤도 하루, 이틀 계속 보면 평범한 밤이 되겠지.


엄마와의 베트남 여행이 이렇게 금방 지나가다니. 다낭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 우리는 기사님께 연락을 했다. 기사님 덕분에 베트남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간다고 했다. 엄마는 부산으로 나는 서울로. 엄마를 먼저 보내드리려고 나는 밤 비행기를 예매해 놓은 상태였다. 모녀는 여태껏 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빗방울에게, 해변가의 모래에게 그리고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르는 새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런데도 아직 할 말이 많은 걸 보면 모녀 사이의 대화란 끝이 없는 가보다.


엄마를 먼저 보내고 나는 다낭 시내로 향했다. 무작정 걸어볼까? 골목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조용한 카페가 보였다. 2층에 자리를 잡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10살짜리 딸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만 할머니랑 둘이 여행 가본 적 있어?”

“아니 이번이 처음이야.”

“진짜? 그럼 이번엔 내가 양보해줄게.”

시간이 흐르면 내 딸도 나에게 먼저 이야기해줄까? 그때도 다낭이면 좋겠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여행 간 그곳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먼 훗날 나의 딸이 이렇게 말해줄 수 있기를...

“엄마, 나랑도 가자, 다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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