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딸의 홀로 요리 - 두부조림
12살 딸아이가 주방을 점령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아이가 주방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엄마라는 사람이 턱관절 디스크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턱관절 디스크와 손, 발은 전혀 상관이 없으므로 요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이 요리를 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엄마 옆에서 꼼지락 거리긴 했어도 혼자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으니 말이다.
아이의 첫 요리는 두부조림이었다.
아이는 내가 집에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두부조림을 해 놓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혼자 할 수 있다며 요즘은 유튜브가 좋아져서 그대로 보고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요리를 하며 다치지는 않을까 재료가 어디 있는지는 알까 걱정과 염려가 한가득이었다. 요리를 하겠다고 말한 지 1시간이 지난 뒤 아이는 다 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혹여라도 맛이 없어도 '무조건 다 먹자!'라는 다짐을 하고는 집으로 들어왔다. 조림 팬에 있는 두부조림은 아이가 만든 게 맞나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었다. 일단 그릇에 예쁘게 담고는 밥을 퍼서 식탁에 앉았다.
맛을 보기 위해 두부를 조금 잘라 입에 넣었다. 입을 두어 번 움직였을까? 입안이 짰다. 소태였다.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차마 짜다는 말을 못 하고 크게 웃으며 두부를 삼켰다.
"어때?"
"너도 한 번 먹어봐."
딸도 한 입 입에 넣고 나를 바라보고 격하게 웃었다.
"엄마, 이거 짜."
"어, 많이 짜. 그래도 엄마는 이거 조금씩 잘라서 다 먹을 거야. 우리 딸이 혼자 한 음식인데 다 먹어야지."
저녁을 다 먹고 도대체 어떤 영상을 보고 만든 걸까 내심 궁금해져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다. 딸의 요리가 소태가 된 이유는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져었었다. 영상에서는 두부에 소금을 심하게 뿌렸고, 제대로 복사 붙여 넣기를 한 것이라면 이 정도의 짠맛은 당연한 결과였다.
"엄마, 내가 다음에는 제대로 된 영상 보고 따라 해 줄게."
"아니야. 괜찮아. 너 힘들잖아..."
사실... 다음번에 또 해서 이런 맛이라면 두 번은 먹기 힘들 듯했기에 아이가 힘들 것을 걱정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나도 괜찮아.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랬어. 한 번 실패했다고 그만두면 안 되는 거야."
맞다. 한 번 실패했다고 딸이 요리를 그만두었다면 지금의 딸은 없을 것이다. 요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딸은 12살이 했다고 하기에는 아무도 믿지 못할 만큼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사실 내가 먹으면서도 믿기 힘드니 말이다.
딸은 많게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작게는 3일에 한 번 정도 주방을 점령한다. 그럴 때 내가 집에 매번 있지는 않다. 세 번에 한 번 꼴로 집에 있으면 사진을 찍어두지만, 아이 혼자 있을 때 요리를 하면 아이가 사진 찍고 요리하고 할 정신이 없기에 완성품만 사진으로 건질 수 있다.
그래서 하루는
"이걸 유튜브로 만들면 어떨까? 12살이 이렇게 혼자 요리한다는 건 쉽게 믿기 힘드니 말이야. 아니면 빵은 일주일 동안 주문받아서 일요일에 한 번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
"엄마, 나의 재능을 무조건 돈으로 환산하려 하지 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너무 행복하단 말이야."
아이의 말에 나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소태였던 두부조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지만 그 마음만은 너무 따뜻했기에 고마움으로 그날 하루를 매듭지을 수 있었다. 고마워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