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화경 Jan 14. 2021

초등 딸! 홀로 홈 베이킹을 시작하다.

초등학생인 딸은 코로나로 학교 등교가 중지되면서 집에만 있었다. 물론 학원도 다니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비슷하겠지만 집에 있으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유튜브와 친해졌다. 거의 하루 종일 유튜브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엄마라는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아이가 영상을 보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초등 고학년이니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알아서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좋을 듯해서였다. 대신 해가 되는 영상을 못 보게 하는 정도만 했다.


아이가 보는 유튜브 채널은 일반적으로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것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베이킹 채널이었다. 만들기를 좋아하던 아이의 관심사가 어느 순간 베이킹으로 바뀐 것이었다. 예쁜 디저트류를 보면 감탄했고, 먹어보고 싶어 했고, 한 번 주방에 들어와 아픈 엄마를 위해 요리를 해보고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영상에서 보았던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으로 확장했다. 하루 종일 영상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놀이 삼아해 봐라는 생각으로 주방을 내어주었고, 아이의 베이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단, 엄마는 재택근무로 일을 해야 하니 ,  아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물론 정리까지.


2020년 10월 22일 첫 번째.
12살 딸! 혼자 베이킹을 하다.
베이킹 첫 작품

외부 미팅을 하고 돌아온 날. 첫 베이킹 도전인데도 딸은 혼자 빵 반죽까지 다 해놓고 오븐을 쓰기 위해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하루 전날 필요한 재료를 적어와서는 주문해달라 하기에 주문해줬고, 바로 그 뒷날 재료들이 배송왔고, 배송 온 물건들로 반죽을 혼자 해놓은 것이었다. 더 웃긴 건.... 빵틀이 없어서 혼자 다이소에 가서 빵틀까지 사 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빨리 만들고 싶었어도 첫 도전인데 '어떻게 혼자 계량하고 반죽할 생각을 했지???' 라는 생각이었기에 일단 박수를 쳐줬다. 오븐에서 빵이 부풀어오는 것을 보며 딸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첫 도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밀가루와 다양한 재료들로 빵이 된다는 것이 신기해서였을까?? 딸은 그 날 이후, 셀 수 도 없을 만큼의 디저트류를 만들었다.



이렇게 혼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매일 베이킹 채널을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보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물론 첫 베이킹 때부터 나의 터치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제빵뿐 아니라 요리도 잘하지 못하기에 범접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가끔 베이킹한 사진을 보면 "이거 진짜 딸 혼자 만든 거 맞나요?"라는 질문을 받기에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아래의 크레이프 굽는 것만이 유일하게 나의 손길이 들어간 작품이다.)


2020년 11월 1일 두 번째.
레인보우 크레이프에 도전하다.

이날은 레인보우 크레이프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식용색소가 네 가지밖에 없다고 아쉬워하며 네 가지 색 반죽을 해놓았다. 크레이프는 얇게 굽는 것이 포인트인데 굽는 것은 해본 적이 없어 자신 없다며, 나에게 SOS 요청을 했다. 하지만 나 또한 얇게 굽는 것은 그리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굽는 사이 아이는 생크림을 만들었고 층층이 생크림을 발라 완성했다. 조금만 더 얇게 구워지면 더 맛있겠다며 아쉬워하며 먹었던 기억이있다.


2020년 11월 3일 세 번째.
초코 크레이프를 만들다.

레인보우 크레이프 반죽을 엄마가 구웠다고 초코 크레이프는 굽는 것까지 혼자 다 할 거라고 시도를 했다. 반죽과 굽기, 초코 생크림 만들기, 초콜릿 슬라이스로 자르기까지. 어쨌든... 딸 혼자 이렇게 만들고 나서 너무 뿌듯해했다. (아! 5장까지 딸이 굽다가 6장째 실패해서 나머지 5장은 내가 구워주긴 했다.) 케이크 위에 초콜릿도 잘라 흩뿌리니 판매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루 종일 만들고 있어도 아이는 지치지 않았고 더 다양한 것을 만들고 싶어 했다. 사실 이때까지는 아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생각보다 잘 만든다 생각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다였다.


딸이 이때까지 만들었던 것은 이 외에도 많이 있는데 왠지 기록해두지 않으면 아까울 듯하여 이때까지 만든 것들과 앞으로 만드는 것들을 하나씩 기록해 놓으려 한다.


딸의 꿈을 응원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12살 딸의 주방 점령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