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처음 베이킹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사실 '며칠 하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이? 방과 후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요리학원에서 배우는 것도 아니고, 달랑 유튜브 채널만 보고? '간단한 빵 정도 만들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틈틈이 사진을 찍어주고 싶지만 나도 재택근무를 하는 터라 옆에 붙어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라 사진이 몇 컷 안 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딸의 베이킹은 100% 유튜브 영상을 보고 하는 것인데, 하나의 베이킹을 하기 전, 하나의 영상만 보는 것이 아닌 여러 개 채널의 영상을 보고 비교해 본 뒤, 그중 가장 괜찮은 영상을 보고 만든다고 말했다.
딸의 첫 마들렌 반죽
딸의 첫 마들렌 반죽
첫날 베이킹을 할 때, 장갑도 없고 해서 그냥 막 했었던 것이 기억으로 그리고 사진으로도 남아있다.^^
마들렌 도전 첫날, 딸은 기본 마들렌과 초코 마들렌 두 가지를 만들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초코 마들렌이 더 맛있었다.
그날 이후, 마들렌은 우리 가족들이 가장 애정 하는 디저트가 되었고, 덕분에 딸이 가장 많이 만들어 본 디저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딸이 만든 마들렌은 일명 '겉바속촉'라고 불리는 것을 대표할 만한 간식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기본 마들렌과 과하지 않은 달콤함의 초코 마들렌은 손에게 '한 개만 더 집어.'라는 주문을 거는 것 같았다.
딸의 첫 마들렌 11월 3일
그렇게 첫 마들렌을 만들고 이틀 뒤, 집들이에 초대받은 나를 위해 딸이 마들렌 두 판을 구워주었다. 딸의 베이킹을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먹어본 날이었다.
딸의 마들렌 선물 11월5일
식사를 하고 난 뒤 예쁘게 담은 마들렌을 먹어 본 지인들은 딸이 만든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이런 걸 만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는 평을 한 것을 들은 딸은 너무 행복해했고, 좋아하는 베이킹을 마치 자신의 운명처럼 여기며 본격적으로 베이킹의 세계로 퐁당~ 빠져들었다.
초코 마들렌
기본 마들렌
나는 거의 이틀에 한 번 주방에서 베이킹하는 아이를 볼 수 있었고, 딸은 이제 눈 감고도 마들렌을 만들 정도로 쉽게 만들어냈다.
선물용 마들렌
딸과 나는 지인에게 선물을 줄 때 그냥 주는 것보다는 스티커를 붙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했고, 딸과 함께 스티커 제작도 해보았다. 딸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JH DESSERT라고 적고 프린트로 인쇄해 디저트 봉투 위에 테이프로 붙여보았다. 생각보다 예쁘다고 방방 뛰며 좋아하던 아이.
시골에 계신 할머니도, 이모들도 다들 받아서 먹어보고는 쪼그마한 손으로 만든 디저트라 먹기 아깝다고 말했지만 하나 먹어보고는 그 날 다 먹었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책을 싫어하는 아이임에도 베이킹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며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베이킹은 과학이다.>
베이킹은 과학이다.
책을 받아 본 날 아이는 책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자신이 궁금해하던 것들이 여기 다 있다며 좋아했다.
아이는 여러 가지 디저트 만드는 법을 영상으로 접하고, 집에서 혼자 만들어본다. 새로운 것을 만들 거라고 말할 때마다 염려는 되지만 막지 않기에 새로운 것에도전할 수 있고 만들 때마다 나는 딸의 베이킹 맛에 감탄한다. 내심 '나를 닮지 않았구나...' 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딸이 마들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만든 것은 마카롱이었다. 다음 포스팅은 딸의 마카롱 이야기로 이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