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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Jan 29. 2021

딸~ 마카롱만 몇 번째 만들어?

올해 13살 초등 딸이 유튜버를 선생님으로 삼고 시작한 베이킹이 벌써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디저트 영상을 보며 혼자 꽁냥꽁냥 만드는데 그중 많이 만들면서도 자주 실패하는 것이 마카롱이다.




그 전 글을 보면 딸이 어떻게 베이킹의 세계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빠를 듯하다.


https://brunch.co.kr/@dew-0927/121





딸의 마카롱은 솔직히 참 맛있다. 웬만한 디저트 카페의 마카롱보다 쫀득하고 필링도 수준급이다. 먹어본 지인들에 따르면 이때까지 먹어본 마카롱들 중 손에 꼽을만한 맛이라고 한다. 맛은 그렇다는 말이다. 문제는 모양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모양이 그럴듯하지 않으면 손이 안 가니까.

비주얼 좋게 된 말차 마카롱.


필링은 좋으나 꼬끄는 또 실패

딸은 꼬끄 만드는 걸 어려워한다. 나도 딸이 만들면서 알게 되었지만 마카롱의 꼬끄를 예쁘게 만든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꼬끄는 깨지지 않으면서도 매끈하게 적당히 부풀어 오르게 하며 삐에가 잘 나오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쫀득한 꼬끄를 만들면 성공.


어제는 운동을 다녀오니 딸이 말차 마카롱을 만들어놓았다. 필링을 짜려는 순간 내가 집에 들어간 것이었다. 딸은 여느 때와 같이 꼬끄는 실패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래도 필링과 초코를 세팅하고는 너무 예쁘다며 환호하기에 세팅한 사진을 찍어주었다. 정말 비주얼이 다했다. 꼬끄가 예쁘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한 입 베어 물고는 "아~ 바로 이 맛이야."라며 딸은 뿌듯해했다. 거기에 더해 "파는 거랑 맛이 똑같네~"라고 오빠가 말해주어 딸은 더없이 행복해했다.


딸의 마카롱은 매번 쫀득하고 맛은 어디보다 우수하지만 꼬끄의 모양새가 만족스럽지 못해 다섯 번에 네 번은 외관상 실패라고 말한다. 딸은 포기할 만도 한데 "누가 이기나 보자." 하며 매번 마카롱에 도전한다. 그래도 맛있으니 먹으며 행복하지 않냐며 말이다.

삐에가 잘 만들어진 블루베리 마카롱


처음으로 딸이 베이킹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솔직히 나도 재택으로 일을 해야 하고 사실 이때까지 만들면 처음 만들어도 웬만한 수준으로 만들었기에 만드는 과정도, 들어가는 재료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만들어주는 대로 맛 평가를 해주고 열심히 먹어주는 것이 내 역할의 끝이었다. 그런데 마카롱은 예외였다. 만들어도 만들어도 예쁘게 안 나온다고 속상해하는 딸을 보며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나까지 궁금해진 것이다.


마카롱! 까다로운 디저트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마카롱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계란도 상온에 있어야 하고 휘핑도 잘되어야 하고 마카로나주라는 작업도 하는데 그것도 적절해야 하고, 오븐에 굽기 전에 건조도 잘 되어야 하는 정말 까다로운 디저트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만드는 딸을 보고 '그래 맛있으니 예쁘지 않아도 맛있게 먹자. 배에 들어가면 똑같은데 뭐. 언젠가는 모양도 예쁘게 되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딸이 처음 만든 마카롱
금이 간 꼬끄
이모에게 보내드린 마카롱


처음 딸이 마카롱을 만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한 입 베어 물고는 "너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라고 물으며 오히려 내가 더 흥분해 한 자리에서 세 개를 혼자 먹었었다. 이렇게 쫀득하고 맛있는 마카롱은 너무 오랜만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맛있는 꼬끄의 모양새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아몬드 마카롱
바닐라 마카롱
커피 마카롱 & 바닐라 마카롱


옆부분이 부서진 꼬끄, 중간부터 갈라진 꼬끄, 삐에가 만들어지지 않은 꼬끄 실패한 꼬끄는 다양했다.

어떤 날은 성공해서 기쁨에 춤을 추고, 어떤 날은 실패해서 슬픔으로 우울해했지만 맛은 다 우수했기에 먹는 동안은 행복해했다.


크림치즈 마카롱
크림치즈 마카롱


2주에 한 번 딸은 베이킹*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이 필요한 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보통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구매를 하는데 최근에는 황치즈가루와 녹차가루를 주문했었다. 황치즈가루는 일명 뽀또 마카롱이라고도 불리는 황치즈 마카롱을 만들기 위함이었고, 녹차가루는 말차 마카롱을 위한 것이었다.

  

처음 만든 황치즈 마카롱
처음 만든 황치즈 마카롱
두 번째 황치즈 마카롱


황치즈 마카롱은 정말 뽀또 맛이었다. 신기하다 신기하다 하면서 또 한 자리에서 여러 개를 먹어버렸다.


여태껏 딸이 만든 마카롱은 이렇다.

*바닐라 마카롱

*아몬드 마카롱

*초코 마카롱

*커피 마카롱

*크림치즈 마카롱

*블루베리 마카롱

*말차 마카롱

*황치즈 마카롱


필링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만 꼬끄 또한 여러 가지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만드는 아이를 보며 정말 좋아하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다른 디저트류는 처음부터 성공이었지만 마카롱만은 많이 만들었음에도 모양이 잡히지 않아 앞으로도 더 연구해야 할 듯하다. 여러 유튜버들을 보며 연구하고 수정해보지만 그럼에도 꼬끄가 예쁘게 안 만들어지니 보는 내가 다 안타깝다.


조만간 오레오 마카롱도 만들 거라고 오레오를 사 왔는데. 언젠가는 꼬끄도 만들 때마다 성공하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을 기대하며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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