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 언제예요?라고 묻는다면 다들 연말 아니면 연초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에게 연말은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외로운 달이 되었다. 아니 일부러 가장 외로운 달로 만들었다.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고 한 달 동안 조용히 일 년을 정리한다. 한 해동안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가졌고, 가족들 신변에 달라진 것은 없는지 차근차근 생각해보고, 내년을 계획하다 보면 한 달은 금방 간다. 가끔은 외로움을 즐기는 것도 좋다.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고, 그들과 섞인 모습만이 익숙할 테니.
외롭게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려오게 하고 책을 펼치거나 글을 끄적인다. 나만을 위한 시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시간.
생각 정리를 하다 보면 책이 고파올 때도 있다. 그럼 거실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15년 된 원목 책꽂이 앞에 서 있는다.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힌 책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아들은 뭐하냐고, 책 감상하냐고 묻기도 한다. 맞다. 책 감상이다. 꽂혀있는 책만 봐도 절로 힐링되니까. 한참을 보다 보면 내 손은 미처 읽지 못한 책으로 향할 때도 있고, 다 읽은 책이나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책을 고를 때도 있다. 연말에는 새 책을 사기보다는 집에 있는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올 12월은 코로나로 외부에 나갈 수도 없기에 더 행동을 최소화하고, 일 년을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