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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Feb 26. 2021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

책 리뷰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p18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마음 깊게 다가온 말이다. 어른과 어린이 둘 다 할 수 있지만, 차이점은 걸리는 시간이라며 현성이가 한 말이다. 그러게 말이다. 왜 그걸 몰랐을까? 우리도 어릴 적 어린이였고, 그때 어른들이 빨리하라는 말을 하면 조급해했으면서, 우리도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들에게 빨리하라고 한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나 또한 그랬다. 아이가 유치원생 일 때 지인과의 약속이 있으면 좀 더 일찍 준비하면 되는데, 약속시간 늦겠다고 빨리 준비하라고 했다. 아니 내 기준에 일찍 준비해도 늦을 뻔했던 적이 많았다. 아이가 준비하는 것은 느릿느릿하는 것처럼 보였고,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는 아이를 보면 속이 터졌다. 거기다가 아이가 입고 싶어 하는 옷으로 아래위를 매치하면 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았다. 엄마는 멋지게 차려입었으면서 아이는 왜 저렇게 입혀서 나왔을까 하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위에 티셔츠는 이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며 다른 옷으로 바꾸길 유도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와의 트러블은 커졌다.

엄마, 욕심을 내려놓다.


결국 놓았다. 놓았다는 건 포기와는 다른 말이다. 내 욕심을 놓았다는 말이다. 주위의 시선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뭐라고 하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옷을 입고 행복하다는데. 작은 것이지만 그것 하나를 놓고 나니 외출 준비는 훨씬 수월해졌고, 빨라졌다. 혹은 전 날 저녁, 아이에게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정해놓으라고 말해도 좋다. 그럼 아이는 아주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


 입는 것, 신발 신는 것,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엄마가 답답해 계속해주다 보면 아이는 계속 느리게 할 수밖에 없다. 연습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니 말이다. 처음에는 기다려야 하지만 아이 스스로 하다 보면 며칠 후, 몇 달 후에는 익숙해져 척척 할 수 있다. 그러니 기다려 주자.


생각해보면 우리가 "빨리"라고 말하는 대상은 어린아이들에게만은 아니다. 다 큰 아이들에게도 자주 사용한다.

"빨리 밥 먹어."

"빨리 학교 가."

"아직도 숙제 안 했어? 빨리 숙제 해."

"빨리 자."

어쩌면 아이들은 '빨리' 노이로제에 걸릴지도, 아니 벌써 걸렸을 수도 있다. 아마 우리나라 어른들이 전 세계에서 재촉을 가장 많이 하는 어른들일 것이다. 어린이에게뿐 아니라 같은 어른들에게도 뭔가를 할 때 "빨리 해주세요."를 외치니 말이다.


우린 뭐가 그리 바쁜 걸까?

어디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심하면
우리가 갈 길이 정해진다.
p254


우리는 종종 아이에게 한 말과는 다르게 행동할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길을 가다 보면 아이들은 잘 지키는 규칙들을 어른들이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빨간 불에 길 건너지 않기,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는 길 건너지 않기, 길에 쓰레기 버리지 말기 등. 우리는 아이들에게 수없이 말한다. 하면 안 되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그렇게 말한 어른들이 규칙을 지키고 있지 않다. 아이들은 정말 잘 지키는데 말이다.


방과 후 교사로 일할 때 초등 5학년 남학생과 함께 하교를 했다. 아이는 물었다.

"선생님, 왜 어른들은 우리에게 신호 잘 지키라고 하면서 어른들은 빨간불에 건너요?"

할 말이 없었다. 아이에게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그래서 선생님은 그런 어른이 안 되려고 항상 노력해. 그리고 너도 그런 어른이 안 되려면, 오늘 네가 했던 말을 항상 기억해야 해. 알겠지?"

길을 건널 때면 항상 그 아이가 생각난다. 그래서 아무리 사람 없는 횡단보도라도 신호를 지키려고 한다.


어린이들은 다 알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다 알고 있다. 분명 그런 어른들도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점점 자라며 말과 행동이 다른 어른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달라도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도 변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


여러분의 아이가 말과 행동이 일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부터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면 된다. 바빠도 횡단보도로 건너고, 빨간 불에는 건너지 않을 것, 길을 가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쓰레기통이 없을 때 아이가 "이건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으면 가방에 넣어 집에 가서 버리면 된다고 말해주면 된다. 그럼 아이는 쓰레기 통이 없을 때에도 길에 함부로 버리지 않을 것이다.


정말 기본적인 것인데 이런 것을 지키지 않는 어른들에게 다시 한번 더 각인시켜줘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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