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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Dec 31. 2021

엄마와 아이의 여행 조각 모으기

전라도 8박 9일 뚜벅이 여행

한 해의 마지막이라서. 오늘은 아침부터 글이 적고 싶다. 사실 ~라서 라는 이유 같은 것은 필요 없을지도... 그저 적으면 되는데 말이다.


한 해가 가기 전 미루어둔 일을 했다. 3년 전 덥고 습했던 한 여름의 조각들 정리하기. 아이유의 <조각집>이 나와서인가. 나도 조각조각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다녀온 8박 9일의 뚜벅이 여행 사진들을 사진첩으로 만들었다.

군산 시내 - 군산 선유도 - 전주한옥마을 - 순천 낙안읍성마을 - 순천만습지 - 여수
전라도투어 여행사진첩
전라도 투어 여행 사진첩

여행은 길어봤자 2박 3일이 다였는데 8박 9일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것도 여름 중간 지점, 혼자가 아닌 초등 4학년과 6학년의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 다시 다녀올 수 있겠어?라고 묻는다면... 음... 3박 4일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는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비도 많이 왔고, 그렇지 않은 날은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이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동한다는 것이 힘들긴 했었다.


서해금빛열차
군산시내
군산 시내 초원사진관


그래도 그때는 코로나가 있기 전이어서 마스크라는 것이 우리의 숨통을 조이지는 않았으니까.


2019년 7월.

그때 다녀오지 않았다면 영영 못 떠나봤을 여행이다.


군산 선유도
군산 선유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사진들을 정리해 앨범으로 만들다 보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비눗방울 터지듯 아! 아! 그랬었지 하며 미소 짓게 했다. 3년 전임에도 아이들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아이들이 되어있다. 사춘기라는 시기를 지나는 중이라 그런가. 그래도 또 3년 뒤면 오늘 지금이 그래도 귀여웠지 하겠지.


군산 선유도 , 전주한옥마을


생각보다 사진들이 많았다. 이 많은 추억을 핸드폰에만 담아두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추억에게 미안했다.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전주 완판본문화관

사진 한 장을 보며 "서로 잡기 놀이하고 있나 봐"라고 하는 엄마에게 딸은 "엄마 그거 잡기 놀이가 아니라 가위 바위 보 하면서 누가 먼저 가운데로 오는가 하는 게임한 거야."라고 했다. 내가 기억 못 하는 것들을 아이가 사진을 보며 회상해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만 보면 잡기 놀이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ㅎㅎㅎ

가위 바위 보 놀이



순천 낙안읍성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에서는 초가집에서 잠을 잤다. 아이들은 신기한 경험이라며 언제 이런 곳에서 잠을 자보겠냐했다. 다행히도 외부는 초가집이었지만 내부는 현대식이라 불편함이 덜했다.


아이들과의 여행에는 나도 처음 가보는 장소들로 다 선택했다. 그래서 여행지는 전라도였다. 모든 곳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중 나의 마음을 두드린 곳은 순천만습지였다.


 

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
순천만습지 , 순천 국가정원

순천만습지에서는 이틀을 보냈는데 이틀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당시 나는 습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자연풍경을 보고 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 그림 같은 습지로 빠져들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진짜 습지로 뛰어들었을 듯.


그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이거다.

순천만습지


다들 이 사진을 보면 이거 사진이야? 그림 아냐?라고 한다. 어떠한 보정도 없는 그냥 일반 휴대폰 사진. 순천만 습지와 구름, 안개 그리고 배 이건 정말 그림 같다. 순천만습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다 이렇다. 그저 꿈의 세상에 온 듯했고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 싶었다.


여수여행


마지막 여행지. 여수. 캡슐호텔에서 숙박을 했는데, 여기는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곳이었다. 놀 수 있는 것(보드게임, 포켓볼, 체스) 이 가득해서였을까? 아니면 다닌 숙소 중 가장 깨끗하고 좋아서였을까? (ㅎㅎ) 둘 다인 듯하다.


여수여행
여수여행

여수에 도착한 날 저녁 선상 크루즈를 타고 여수 밤바다를 보고, 여기 외국 아니야?? 라며 감탄했던 일이 생각난다. 폭죽이 우리 앞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런 걸 볼 수 있게 해 줘서 감사하다고 했던 아이들.


여수여행


그런데 더 외국 같았던 곳은 여수 예술 랜드였다는 것. 경치와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환호성을 자아냈다. 조금만 덜 더웠다면 오래 있었을 텐데. 해가 어찌나 쨍하던지 금방 우리는 탈진상태가 될 듯했다.


여수 예술랜드


"우리 이제 비행기 타고 집으로 가자." 온갖 고생을 다하며 이동했지만 집으로 갈 때는 비행기를 타고 가자며 티켓을 끊었었다. 기차, 시외버스, 시내버스, 비행기.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여행한 8박 9일의 여정.


비가 오고 해가 뜨거워도 불평하지 않고 행복하게 여행해 준 너희들.

10년 뒤 다시 이 코스대로 와보자고 약속을 했는데.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크면 '그때 엄마와 함께 간 뚜벅이 여행이 가장 고생했지만 기억에 남아.' 라는 말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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