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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Jan 24. 2022

중2아들,초6딸! 집안일로 알바하기.

집안일로 알바하기!

작년 초여름, 초등 6학년 딸과 중 2 아들은 집안일을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어릴 적(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에는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시키면서 용돈을 주는 것을 반대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적절한 보상을 해서 아이가 집안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교육법이지 않냐고 하지만, 내 생각은 그분들과 달랐다. (물론 오은영 박사님처럼 무엇이 부작용인지 정확히 아시고 잘 적용하시는 분은 역시나 존경스럽다.)

이유인즉슨,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같이 사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이가 빨래를 갰다고 해서, 설거지를 했다고 해서 돈을 준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용돈을 받다 보면 어릴 때는 뭔가 작은 일을 했을 때도 돈으로 연결되어 "이거 했으니 용돈 주세요."라는 말을 하거나 돈을 받지 못하면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을 수 있기에 견제했던 방법이었다. 


어릴 때는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어 한다.

사실 정말 어릴 때는 아이에게 시키지 않아도 집안일을 스스로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럴 때 많은 부모님들은 못하게 한다. 아이가 하고 나면 그 뒤에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이다. 

예로 설거지를 유치원생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부엌 바닥은 물바다가 될 것이고 그릇들은 헹군다고 헹구어 엎어놓았지만 거품이 군데군데 있을 것이다. 물바다가 된 부엌 바닥을 닦고 다시 그릇을 헹구는 일을 하느니 차라리 내가 하는 게 훨씬 편하다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때는 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시킨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서는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집안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게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빨래 개기는 4살 때부터, 실내화 빨기는 5살 때부터, 깨지지 않는 그릇 설거지는 3살 때 그리고 일반 그릇 설거지는 7살 때부터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3살 때 설거지를 하고 나면 주방은 물바다였다. 그래서 아이가 하고 나면 아이와 함께 주방 바닥을 걸레로 항상 닦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너무 행복해했다. 


집안일 하기
설거지 하기
설거지 하기

더 자세한 일들은 아래 발행했던 글에 있다.

https://brunch.co.kr/@dew-0927/48


이렇게 하다 보니 커서도 엄마가 아플 때나 힘이 들 때 아이들이 집안일을 종종 하곤 했다. 


아르바이트 시작!

그러다 작년 초여름이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너희도 아르바이트 하자!" 

라는 말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컸으니 너희 용돈은 너희가 벌어라는 말이었다. 


아르바이트는 이렇게 하기로 정했다. 기본급을 정하고, 집안일을 하나 할 때마다 1000원씩 더해지는 것이다.

1. 아르바이트 비용은 일주일 단위로 정산된다. 

2. 기본급은 현재 받는 용돈의 절반이다.

3. 집안일 하나를 할 때마다 1,000원을 받는다.

딸의 기본급은 4,000원 아들은 6,000원이다.

  

집안일을 일주일에 3개 정도 하면 현재 받는 용돈의 금액이 되는 것이었고, 일주일에 3개 이상을 하면 현재 용돈보다 많이 받을 수 있는 제안이었다. 

집안일에 돈이 개입되는 것이 싫었던 나였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였기에 나도 바로 오케이 했다. (그리고 재활용품 버리기는 용돈 없이 그때마다 갈 수 있는 사람이 간다.)  

이때까지는 아이들이 집안일을 할 때 대가없이 했는데, 이제부터 집안일을 하면 용돈으로 환산된다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집안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표를 만들어 거실 벽면에 붙여놓고 날짜별로 아이들이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하고는 체크했다. 처음 했을 때는 설거지, 청소, 강아지용품 세척, 방 닦기 , 개털 구석구석 없애기, 먼지 닦기, 빨래 개기 등으로 했었다. 최대한 개수를 많이 정해서 아이들이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하는 것 만 했다.


집안일 아르바이트
집안일 아르바이트

설거지와 빨래 개기, 청소기 돌리기는 잘하는데 방 닦기와 강아지용품 세척이나 먼지 닦기 같은 것들은 힘들어했다. 그래서 지금은 체크표를 바꾸어 설거지, 청소, 빨래 개기 이 세가지만 있다. 


집안일 아르바이트
집안일 아르바이트

 

설거지와 청소는 번갈아가며 할 수 있게 요일을 정해주고, 빨래는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니 빨래를 할 때마다 갤 수 있는 사람이 개는 것으로 했다. 


어떤 날은 피곤해서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쉬고 싶어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 날은 당연히 내가 한다. 

애들 아빠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싶다고 쉬고, 일하고 싶다고 일하면 누가 써주냐며 바로 잘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물론 애들 아빠 말도 맞지만 학교 다녀와서 저녁에 하는 것이기에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하는 만큼 용돈을 받고,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쓸 수 있는 용돈이 줄어드니 이 정도면 일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때, 일주일이 지나고 아이들이 나에게 물었다.

"근데 우리가 이렇게 일하면 엄마는 뭘 해???" 

ㅎㅎㅎㅎㅎ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엄마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직장인처럼 낮에는 집에서 업무를 해. 그리고 틈틈이 아침, 점심 설거지를 하고(물론 점심은 내가 먹은 것만 있지만), 화장실 청소도 하고, 강아지들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시키고, 저녁도 준비하고, 빨래도 하고(물론 세탁기가 하지만) 베란다 정리도 하고. 등등 너희가 모르는 것들을 많이 한단다."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이들은 약간 어리둥절해했지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화장실청소는 내가 한다
강아지 산책도 시킨다.


하지만 친정 식구들은 나보고 애들 부려먹는다고 새엄마인거 아니냐고 했다. 물론 나는 친엄마이지만 화가 났다. 새엄마가 시키면 애들을 부려먹는 것이란 말인가? 새엄마는 집안일로 교육시키는 것도 못하는 것인가? 새엄마는 애들을 부려먹고, 친엄마는 애들에게 무한정 잘해주는가? 친엄마도 애들을 학대하기도 한다. 그건 새엄마, 친엄마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의 문제이지.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갔다.


어쨌든, 학교 다녀온 아이들에게 아무리 작은 일이지만 매일 시키냐고 했고, 나는 매일이 아니라 아이가 둘이라서 이틀에 한 번 꼴이라고 했더니 그거나 그거나 똑같지.라고 했다. 


주위에서는 한 달 하고 그만두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은 집안일을 하며 매주 꼬박꼬박 용돈을 잘 받아갔고, 딸은 열심히 저축하여 베이킹 재료 사는 것에 쓰고, 아들은 CU 베스트 고객이 되었다.(정말 요즘은 너무 잘 먹는다.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


아이들이 언제까지 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계속 시키고 싶다. 일을 하며 점점 어떻게 해야 더 편하게 그리고 잘할 수 있는지 요령도 아는 것 같고, 덕분에 나의 저녁시간도 훨씬 수월해졌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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