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는 엄마는 남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명품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뭘 입어도 뭘 들고 있어도 모든 것이 다 명품으로 보였다. 굳이 물건으로 돋보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내 눈에는 엄마 자체가 명품이기에 명품이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4년 전, 딸이 9살 때 집으로 친구를 데려왔다. 딸은 퇴근해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가방이 다 헤졌다며 친구 앞에서
"엄마, 내가 다음에 엄마 생일 되면 가방 사줄게요."
라고 말했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고마워. 딸~."
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친구가 말했다.
"엄마한테 가방을 사준다고? 명품 가방이 얼마나 비싼데. 100만 원도 넘어."
순간 나와 딸은 서로를 번갈아 봤다. 갑자기 명품가방이라니.
"명품? 우리 엄마는 오천 원, 만원도 내가 사주는 거면 다 좋다고 할 거야. 맞지, 엄마?"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며 뭔가 한 마디를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씁쓸한 이 상태로 대화를 끝내기는 싫었다. 그때 엄마 생각이 문득 떠올랐고 내가 덧붙인 한 마디는
"아줌마는 아줌마가 명품이라서 아무거나 들고 다녀도 괜찮아."
였다. 그랬더니 친구는
"아줌마가 명품이라고요?"
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명품 이야기를 하니 그냥 씁쓸했다. 그 당시는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재미있게 돌려 한 말인데 아이가 알아들었을지 모르겠다.
소나기가 올 때 명품백을 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방을 옷 안으로 감싸서 젖지 않게 하려고 하면 진품이고, 가방으로 자신의 머리를 보호하면 가품이라고. 그 말이 어찌나 씁쓸하던지. 아무리 그래도 자신보다 가방이 더 중요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명품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결혼해 선물로 받은 가방이 몇 개 있으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저 명품이기에 그것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치를 올린다 생각하여 구매하는 것. 머리와 가슴은 텅 비었는데, 명품에 의존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것! 그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물건은 아무리 소유하고 소유해도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분명 작년 봄에 예쁜 옷을 몇 개 사서 잘 입고 다녔는데, 올해 봄이 되면 작년에 뭘 입고 다녔던가 싶다. 옷장에 옷들이 있는데도 마땅히 입을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 올해 입을 것 두세 개만 사자.라고 마음을 먹고 봄 옷을 사보지만 다음 해 봄이 되면 또다시 입을 것이 보이지 않는 것. 참 이상하지만 그것이 바로 물건이다.
얼마 전, 기사에서 점점 명품을 소유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읽었다. 그들은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 한 두 달 치의 월급을 쏟아 붙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벌어 내가 쓰는거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물건을 사고도 한 달, 두 달 뒤 다른 명품이 사고 싶어 진다면 무엇이 문제일지는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명품일 순 있지만, 명품이 나 일순 없다.
명품은 그저 명품이라는 물건이다. 그 물건을 소유한다고 내가 명품이 될 수는 없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만이 올릴 수 있다. 스스로가 명품인 사람은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명품으로 만들 수 있다. 명품으로 자신의 가치를 올리기 보다는, 명품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