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적기 시작한 편지로 인해 필리핀 어학연수 시절에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적기도 했었다. 미래의 나와 미래의 남편 그리고 미래의 내 아이에게. 붙이지 않을 편지를.
미래의 나에게 쓴 것은 결혼 후 30대 초반에 읽어보았고 미래의 남편에게 쓴 것은 결혼식 날 저녁에 주었다.
하지만 미래의 아이에게 쓴 편지는 아직 주인이 읽어보지 못했다. 아이에게 줄 편지는 스무 살에 줄 예정이기에 그렇다. 그 시기쯤 되면 자신에 대해 한번쯤 돌아볼 시기니까 그 당시 내가 가졌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세상에 물들어 바뀔지도 모를 내 생각들을 대비해 적어 놓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미래의 아이에게 편지를 적은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엄마에 대해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결혼 전은 어땠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면 그냥 별생각 없었어. 라거나 기억도 안나.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라는 사람도 너와 같은 나이를 가진 시간이 있었고,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올해 15살인 아들은 5년 뒤 그 편지를 읽고 어떤 느낌이 들까? 23살 엄마를 20살 아들이 만나는 느낌은? 글쎄. 경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기도 재미있기도 할 것 같다.
편지가 사라진 지 오래다. 편지를 보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답장을 기다리는 그 느낌은 그 시절만의 기쁨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