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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Nov 26. 2022

예고 없는 죽음들

나에게 죽음이라는 단어는 항상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외할머니의 죽음, 중학교 동창의 죽음, 제일 친한 친구의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간 죽음의 길... 그리고 다정히 아침에 인사하고 나간 고모부의 죽음이 그러하다.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들은 나를 휘청거리게 한다.


고 2 겨울방학,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명확히는 모른다. 장례식장에서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로는 지병도, 사고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셨다고 했다. 외삼촌 가족들과의 불화와 돈이 얽힌 사연이라는 말이 조용하게 귓가로 들려왔는데, 진짜 사실일까 봐 무서워 엄마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작년 봄, 중학교 동창의 죽음 또한 이유를 모른다. 혼자 외롭게 욕실 앞에서 쓰러져 백골로 발견되었다고 했다. 집세를 받기 위해 집주인이 수없이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을 불러 들어가 보았다고 말이다. 남동생은 누나가 코로나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 뒤 집에만 머무른 걸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이 그렇게 외롭게 간 친구의 핸드폰 연락처에는 10명도 안 되는 사람의 번호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나였다. 한동안 나는 나를 미워했고 또 미워했다. 내가 더 자주 연락을 했었다면. 친구의 외로움을 알아차려주었다면... 누군가의 죽음에 그렇게 혼이 나간 적은 처음이었다. 한 달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고, 친구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일은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었다.


작년 겨울에는 친구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함께 하늘로 갔다. 국민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 친구였던 친구. 친구의 가족이 내 가족인 양 가까웠던 친구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아니 남동생이 아버지를 데리고 갔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그리고 삼 일 전, 고모부의 소식을 들었다. 버스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걸어 다니시던 분이, 가족과 웃으며 인사하고 집 밖을 나왔을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셨다. 내일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인생이라지만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고모부는 사촌들에게 좋은 아빠였고, 고모에게는 사랑스럽고 멋진 남편이었다. 이제 일을 그만두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하셨다는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소식을 들은 날은 아빠가 오전에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날이었다. 아빠와 엄마는 가볼 수 없는 상황에 힘들어하셨다. 부모님을 대신해 뒷 날 큰언니와 같이 부산으로 내려갔다. 큰아이 돌잔치 이후로 처음 보는 큰집 식구들. 이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영정 사진으로 마주하게 된 고모부의 얼굴을 보고서는 내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실 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해야 하는데 이제 누군가 생을 마감할 때 보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서글프다. 초등학생 때의 모습만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사촌 동생들. 너무 많이 커, 길가다가 그냥 스쳐 지나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다. 어릴 때는 명절마다 꼬박꼬박 만나 놀았는데 각자의 인생이 바쁘다 보니 친구보다 먼 사이가 되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아는 죽음이라는 것은 몸이 아파서 언제쯤 가겠구나 하고 예상하고 가는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마주친 죽음들은 다 갑작스럽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갑작스레 가기는 싫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마지막 말도 건네고 그런 뒤에 눈을 감고 싶다. 최근 이런 일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아끼지 말고 다 해야겠다고, 후회하지 않게, 응어리지지 않게 다 말해야겠다고 생각을 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못하는 말들은 있는 법이라 슬프다.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너무나도 먹고 싶었던 솜사탕처럼 곱게 물들어있었다. "엄마, 나 저 솜사탕 먹고싶어."라고 말하지 못했던 그 아이는 노을지는 하늘을 같은 높이에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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