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이 아니다

by 김화경

하늘은 검은색,

구름은 회색,

해는 없다.


그림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선생님.

비 오기 전 그린 건데.

뭘 그린 건지 묻지도 않는 선생님.


하늘은 파란색,

구름은 하얀색,

해는 빨간색으로.

다시 해.


이 그림은 선생님 그림.

내 그림이 아니다.




유치원 영어 파견 교사로 일하며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 시간 속에서 창의성을 꽃피우게 됩니다. 그런 순간을 짓밟는 말들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해야 해.라는 말입니다. 정형화된 것으로 못을 박는 것이죠.


수업시간에 워크북을 할 때 검은색으로만 색칠을 하는 5살 아이가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검은색 말고 다른 색을 쓰라고 했고, 저는 선생님이 다른 아이에게 간 사이 물어봤습니다. 왜 검은색만 쓰냐고 말이죠. 아이는 너무 해맑게 저는 검은색이 제일 좋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쓰고 싶은 만큼 쓰라고 했지요. 하지만 매번 동물을 색칠을 할 때마다 검은색 동물이 되니 못마땅해한 담임 선생님은 그 아이 책상에서 검은색을 가지고 가버리셨습니다. 아이는 통곡했습니다.

"선생님, 아이가 검은색이 너무 좋아서 쓰는 거래요. 쓰고 싶은 만큼 쓰게 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고는 다시 검은색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후, 아이는 알록달록 다른 색을 섞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제 검은색을 안 쓰느냐고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아이는 쓰고 싶은 만큼 다 썼다며 이제 다른 색도 써볼 거라는 겁니다.


딸아이는 미술을 잘하고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니고 싶어 했던 미술 학원을 미루고 미뤄서 2학년 초에 보냈습니다. 그렇게도 다니고 싶어 했던 미술학원이었지만 한 달도 안 다니고 그만두었습니다. 학원에서 이 색을 써라, 여기에는 이 색을 써라.라고 한다며. 그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 선생님의 작품 아니냐며 더 이상은 못 다니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 작품에는 손을 데지 않았습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놔두었습니다. 그래야 아이의 작품이니까요.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의 숙제를 대신해주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곳이지 부모님이 다니는 곳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이의 것은 아이의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