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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Dec 15. 2019

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었어요.

유대인식 교육법에서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어라.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실생활에서 사용한 방법을 말해드리려 합니다.



작년, 아들이 5학년일 때 일입니다. 


갑자기 일하는 도중 아들에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엄마~오늘 친구 생일인데요. 생일 선물 사러 가야하는데 빨리 와 줄 수 있어요?"

"엄마 지금 일하는 중인데.. 미안하지만 지금은 못 가."

"안되는데. 그 친구가 받고 싶은 선물이 수정문구에서만 파는 거거든요..."

(여기서 수정문구라 함은 저희 집에서 버스로 여섯 정거장 정도 가면 도착하는 곳입니다.)

"음.. 거긴 좀 멀잖아. 어떻게 가려고?"

"그러니까 엄마가 오면 같이 가려고요."

"엄마 지금 못 가는데."

아들은 제가 못 간다는 말에 엄청 실망을 했어요. 꼭 그 선물을 사야 하는데 다른곳에서는 팔지 않는다며 말이죠.


그래서 제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1. 돈은 아들이 모아 놓은 돈으로 사오면 되니 혼자 그 곳까지 가서 사오기.

2. 생일파티는 가지만 선물은 다음에 주기.


아들은 친구가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오늘 선물을 줘야 한다며 혼자라도 다녀오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고 했지요. 그래서 제가 그 곳까지 가는 지도를 캡쳐 해 줄테니 지도를 보고 찾아가보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지도 캡쳐를 보냈지요.


한참 뒤 아들은 주위에 왔는데 건물이 어느 건물인지 모르겠다고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입구 쪽 거리뷰로 캡쳐해서 또 보내주었지요. 여긴 간판이 잘 안 보이는 곳이거든요.



그리고 얼마 후 아들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서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엄마 너무 고마워요. 엄마 덕분에 내가 이제 길을 알게 됐어요. 이제 혼자서 여기 찾아올 수 있겠어요. 고마워요."

"세상에.. 그걸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니 엄마가 더 고마워. 엄마가 바빠서 같이 못 가줘서 미안해."

"아니예요. 진짜 고마워서 얘기 하는거예요."

"근데 어떻게 갔어? 버스타고 갔어?"

"아니요, 지도 보고 걸어 갔어요." 


아이고... 항상 차를 타고 갔는데 지도를 보고 걸어갔다니 한편으론 대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리 많이 아팠겠다 싶었지요. 


그리곤 아이가 산 생일 선물을 사진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유희왕 카드였습니다.

집에 돌아가 아들에게 돌아올 때도 길 잘 찾아왔냐고 물으니, 갈 때 주위를 둘러보며 가서 올때는 지도를 보지 않고 그냥 왔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아이와 새로운 장소에 가면 지도를 켜 놓고 아이가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합니다. 조금 해매더라도 몇 번 해보고 나니 이제는 제법 지도를 잘 봅니다. 


그래서 올해 여름방학 때 8박9일 뚜벅이 여행을 저,아들, 딸 이렇게 셋이 가서 아들에게 지도를 보게 했답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줄 수 있는 것. 마냥 아이 옆에서 다 해주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라는 것을 이 날, 또 한번 크게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다 커서도 말이지요. 우리는 엄마가 해주려고 하는 것이 많습니다. 아이는 공부해야 하니까 아이 빨래 개는 것도 아이 실내화 빠는것도 다 해주려 합니다.


제가 유치원때 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아이들을 교육시킨 건 자기 빨래는 자신이 개기, 자신의 실내화는 자신이 빨기, 음식을 먹고 나서는 싱크대에 넣고 그릇에 물 틀어놓기.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당연하게 엄마니까 해줘야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나중에 커서 다 할텐데. 지금 내 품안에 있을때는 조금은 편하게 해줘야지.' 라고 보통 생각하지만, 진정 아이를 위한다면 좋은 습관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정말 해야할 때는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할 생각을 안합니다. 아니 못 합니다.


잠깐 아이가 자신의 빨래를 갠다고 자신의 실내화를 빤다고 1시간이, 2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잖아요.

단 10분이면 됩니다. 


바로 그 10분이 아이의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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