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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Dec 25. 2019

크리스마스, 양말 걸어놓고 등짝을 맞았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국민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경제적으로 변변치 않았던 부모님은 크리스마스라고 아이에게 선물을 챙겨줄 여력이 없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학교 4학년 시절의 크리스마스.


나는 처음으로 양말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둘째 언니에게 호되게 등짝을 맞았다.

"어디서 니가 그런 행동을 하노?"

왜 때리냐고 했더니

"니 어제 자기 전에 양말 걸어놨제"

하고 묻는 것이다.

맞다고 하니 언니는 나를 더 때렸다.

"와 자꾸 때리는데~"

"니 땜에 엄마가 니가 잠들고 나서 슈퍼마켓 갔다 왔다 아이가? 니가 미칫나? 안 그래도 돈도 없는데 니 양말 봐봐라."

양말 안에는 다양한 과자가 가득했다. 그리고 언니는 냉동실도 열어보라 했다.

주방으로 가 냉동실을 열어보니 그 안에도 아이스크림과 초코파이가 있었다.

"니 일부러 그랬제? 산타가 어디 있다고. 그것도 아빠 양말 큰 거를 걸어놔? 이게 제정신이가?"

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니 그게 아니고... 산타 없는 건 알았는데. 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고 싶었단 말이다. 그냥 걸고 자고 싶었다고."

"니 걸고 자고 싶다고 엄마 마음을 그렇게 아프게 하나? 엄마가 이거 보고 무슨 생각했겠노? 당장 떼라."

그렇게 나의 국민학교 4학년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나는 그 순간이 떠오르며 눈물이 난다. 없는 돈을 꺼내 막내딸의 마음을 헤아려주려 한 엄마. 정말 엄마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옛날 일을 생각하면 참 철없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 철없던 나와는 다르게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때 엄마가 어릴 적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듣고는 항상 나를 챙겨주려한다.

아들이 초등학생 2학년인가? 그때 크리스마스 날, 아들에게 선물을 받았다. 다함께 백화점에 같이 갔는데, 아들이

"엄마는 산타한테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 못 받아봤다고 했지요? 내가 그럼 산타가 될께요. 엄마 오르골 좋아하잖아요. 맘에 드는 오르골 하나 골라봐요. 나 용돈 엄청 많이 모았어요."

그리고는 이 오르골을 사주었다. 어찌나 감동이었던지.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글을 써내려 가니 더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당장 시골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넣어야겠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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