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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May 10. 2020

핸드폰과 거리두기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핸드폰과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서울에 올라와 일을 하며 업무상 대답은 언제나 바로바로 해야 한다는 혹독한 팀장님(^^) 덕분에 나는 유치원 수업과 공공장소, 소중한 사람을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요즘은 24시간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놓는다. 누구에게서 연락이 오든 바로 답을 하곤 하던 나는 이제 전화를 못 받는 일도 생긴다.


최근까지도 누군가가 일로 질문을 하면 바로 답을 해주었고, 전화가 오면 즉각 받아 반응을 했다. 서울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기에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핸드폰을 사용하고 처음 무음으로 해놓은 적이 있었다. 다른 어떤 것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전화기를 무음으로 처리하고 강원도에 1박 2일 다녀온 날. 그 날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무음으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나는 핸드폰과 너무 친했다.


전화 통화를 좋아하나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나는 사랑하는 부모님과도 일주일에 한 번 통화를 한다. 그리고 30년 넘은 베프들과도 한 달에 한 번 통화를 할까 말까이다. 한마디로 전화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길게 통화하면 10분. 짧으면 2분 만에도 끊는다. 어릴 적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대화는 만나서!라는 부모님의 교육 덕이다. 그래서 내가 전화보다 카톡을 더 선호하는 건가???  


그럼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나요?라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 역시 아니요.이다.


나는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다 보이는 듯하여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것을 선호한다. 만나서는 몇 시간을 대화해도 즐겁다. 신기하게 친구들도 다 그렇다. 그래서인지 1년에 다섯 번 정도의 통화가 끝이지만, 부산에 내려가 친구들을 보면 어제 만난 사람처럼 편안하다. 그러니 30년을 친구로 만나는 거겠지만.


서울에서 지내며 옛날과는 다르게 핸드폰에 너무 얽매여 있었다. 사실 나는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데 어느 날 문득, 카톡 소리 하나에도 즉각 반응하는 내가 마음에 안 들었다. 그 날로 나는 핸드폰과 거리두기를 했다. 소리가 나면 언제든 달려가는 내가 싫어서 말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 항상 대답을 잘해주는 사람, 호응을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친구가 그랬다. 그게 정말 너냐고. 그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게 나 일수도 있지만,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친절하고, 타인을 많이 배려하려고 하지만, 미친 듯 이기적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몇 달을 혼자 지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극과 극을 달리는 이 격은 뭐지??? 알고 보면 이기적인 것을 들키기 싫어서 괜히 더 배려하는 척을 한 것일까? 진짜 그런 거면 가식이 쩌는데... 모르겠다. 뭐가 진짜인지.


서울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 요즘 내가 전화를 잘 안 받으니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말없이 이해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일할 때 컴퓨터에 카톡을 켜놓기에 그때 카톡은 잘 대답한다.  


핸드폰이 대중화되기 전, 나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 휴대할 수 있는 전화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었던 것이 현실로 되어가며 한참은 행복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수시로 나의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에도, 홀로 길을 거닐고 싶어 돌아다닐 때에도 핸드폰은 손에 있었고, 전화가 오면 받았고, 어디냐고 메시지가 오면 걷다가도 나의 위치를 알려주곤 했다. 

나의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 되고,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는 그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차피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는데 핸드폰과 거리두기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몇 년 동안 핸드폰과 너무 가까웠다. 우리 좀 떨어지자.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곳에 있다고 그대로인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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