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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May 26. 2020

일부러 보지 않았던 <부부의 세계>를 보며.

<부부의 세계>를 뒤늦게 보고 있다. 시청률이 높음에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 남편의 불륜, 분노하는 아내, 그 사이에 상처받는 아이. 당연한 전개이고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토리여서. 그럼에도 여느 막장 드라마와는 좀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였을까. 결국 나는 드라마를 첫 회부터 하루에 한 편 혹은 두 편 정도를 보고있다.


처음 몇 회를 볼 때는 그저 흥미진진한 전개에 관심을 가졌다면 후반부에 다다른 지금은 전개보다는 정말 부부의 세계란 무엇일까라는 것이 궁금해진다.


결혼이란 무엇이며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가족의 붕괴가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 시대에는 엄마들이 많이 참고 살았다. 나 또한 부모님이 싸울 때면 방 한 쪽 구석에서 '제발 이혼만은 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세상의 모든 신에게 빌었던 것 같다. '엄마가 이번만 참고 넘어가게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엄마의 희생을 마음 속으로 빌었던 것이다. 못땐 딸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사실상 이혼을 했어도 돈은 엄마만 벌었으니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은 그닥 달라지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어느 정도 크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의 뜻을 존중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 켠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혼을 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그때 느낀 불안감은 굉장히 컸다.


그때 서로 다른 길을 가셨다면 지금은 어떨까? 아마 엄마를 바라볼 때면 지금처럼 편안하지는 않겠지. 다행히도 지금의 아빠는 세상 그 어떤 남편보다도 자상하고 엄마를 아끼는 사람이 되었지만 말이다.


왜 그럴까? 왜 젊은 날은 그걸 모를까? 일상이 되면 편안해지고 그것이 당연시 되어지고 그리고 무뎌지고. 모든 부부의 세계가 그런걸까?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는걸까? 아님 겉으로만 아무렇지 않게 사는 걸까?

큰 산을 넘었더니 울퉁불퉁한 산길이 보이는 것.  그 산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구덩이가 있을수도 있고, 가다보면 낭떠러지가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다시 큰 산이 나올 수도 있고,  축복처럼 드넓고 푸른 초원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아무도 모른다. 부부의 세계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니 인생이 그런 것이겠지. 아무도 예측 할 수 없는 것.


그 곳에서 누군가 한 명이 참으면서 희생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노력해야하고, 그로 인해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서 행복한 것은 진정 행복한 것이 아닐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하루 하루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부부의 세계> 결말이 궁금하다. 하지만 오늘 분량을 넘기지는 않는다. 아직 4회가 남아있다. 결말이 어떤지 일부러 기사도 보지 않았다. 다만 뻔하거나 슬픈 결말은 아니길 바란다. 일부러 보지 않았던 나 같은 시청자를 위해 결말은 희망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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