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수줍게 입안에서만 웅얼거리던 것이 스멀스멀 입 밖으로 나오더니 아예 대차게 쏘아대는 지경에 이르렀다.
혼자 탔을 때야 무슨 상관이랴.
입에 밴 험한 말투는 다른 이가 탔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저, 저 새....
아, 저 미.....
다행스럽게도 첫음절에서 멈춰서 간신히 볼썽사나운 꼴은 면했지만
말줄임표에 뭐가 들었는지는 누구라도 짐작했을 터.
어느 누가 봐도 욕이 나올만한 장면이었다.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들고, 이유 없이 앞 차와 100미터는 떨어져서 서행하고, 뻔히 알고도 꼬리를 물고, 손가락에 담배를 끼워 창밖에 털고는 기어이 꽁초를 던지는 따위의 행동거지들 말이다.
평소 우리 동네에서 횡행되고 있는 각종 불법(횡단보도 주차, 불법 현수막, 불법주차 등) 사항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는 이미 민원신고에 도가 터 있었다. 안전신문고 앱의 상위 2%를 찍는 위업을 달성하고 있었으니, 이런 얌체 운전자들의 행태가 얼마나 눈에 거슬렸겠나. 그러나 운전하면서 이런 작태를 카메라로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터지는 속을 욕으로 쏟아낼 밖에.
그런 내가 블랙박스를 달게 되었다!
달고 난 다음 날 바로 한 건을 적발해 신고를 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다운 받아 안전신문고 앱에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띠링, 경쾌한 문자 알림이 울렸다.
[운전자에게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였고....]
바로 이거지!
이렇게 통쾌할 수가!
속이 다 시원했다!
불법 운전자에게는 불법 행위에 따라 3만 원에서 7만 원선의 과태료와 해당 벌점이 부과되었다.
운전하면서 나는 이제 욕을 끊었다.
욕이 나올 상황이 되면 슬쩍 시계를 보고 기억해 둔다. 그 시간의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면 욕 유발자에게 과태료 선물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누가 봐도 실수이거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 또는 운전 미숙으로 보이는 상황들은 눈감고 넘어간다.
다분히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며 악독한 운전습관이 눈에 보이는 자들만 처단한다.
과태료에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자 일수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싶지 않다.
과태료는 적게나마 나라에 보탬이 될 것이고, 아차 싶었던 운전자가 나쁜 운전 습관을 고치려 애쓴다면 더 바랄 나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평화가 왔다는 게 중요하다.
순간 욱하기는 하지만 고운 말을 쓰며
"응, 너 딱 걸렸쓰."
우아한 눈짓으로 시계를 본다.
"5시 12분, 오케이."
우리 모두 안전 운전, 매너 운전합시다. 저 같은 신고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상위 2%에서 한 단계 올리는 게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릅니다. 저 이제 상위 1%예요. ^-^